나눔 선교회 사태가‘엉뚱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잘못했다고 단속을 했는데 후폭풍이 역방향으로 불고 있기 때문이다. 규정위반 사실이 지적됐다면 “지킬 건 지켜야지”라는 질책이 먼저 나와야 하는데 그런 말 대신 무작정 돕자는 쪽으로 일이 번지고 있다.
믿음의 눈으로 보면 이 일은‘합해서 선을 이룬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교회 뒤에 쌓인 기도의 결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커뮤니티에 마약중독은 그만큼 심각한데 이런 일을 하는 기관이 거의 없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사회부 기자를 하다보면 한 번쯤 한인사회의 마약을 깊숙이 들여다 볼 기회가 생긴다. 커뮤니티의 마약 세계-. 이 속에서는 소설 보다 더 소설 같은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드러내놓고 말을 못해 그렇지 목사님, 장로님 가정도 자녀 마약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눔에는 지원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말없이 성금을 놓고 가는 이들이 있고, AM1650 라디오서울이 편 모금캠페인 결과 25만달러 정도가 들어오거나 약정됐다고 한다. 전례로 보면 이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당국에서 이런 기관에 요구하는 요건을 다 따라하려면 이 정도로는 될 일이 아니라는데 있다.
일이 여기에 이르자 나눔 선교회와 같은 사역을 지원하는 데는 이제 한인교회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나눔 선교회의 경우 수용된 70명 가까운 한인 중 전직 스님 한 분만 빼면 모두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마약중독은 바로 교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역은 그러나 한 교회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푸른초장의 집’같은 여성쉘터, ‘젊음의집’과 같은 청소년선도, ‘물댄동산’같은 장애인사역과 홈리스사역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교회가 하기는 어려우나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이들 기독교 기관들은 십일조를 받는 교회가 이제 십일조를 내는 마음으로 앞장서 지원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점에서 매년 20개 한인단체를 선정, 이들의 사업을 지원하는 등 연 50만달러를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힌 나성영락교회의 다짐은 신선한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인사회에도 마약사역을 하는 곳이 몇 군데 되는 현실에서 나눔 한 곳만 돕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눔의 경우를 보면 적잖은 교회들이 이같은 기독교 기관에 지원의 손길을 펴고 있으나 그 지원은 명목상의 지원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눔의 경우 매월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교회가 15곳 정도라고 한다. 대형교회 한 곳이 지원금액을 올초 월 200달러에서 500달러로 올렸으나 나머지 교회의 후원금은 한 교회에 평균 월 50~100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나눔의 월 최소 소요경비는 2만7,000달러에 이른다.
한 은행장은 한인사회의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비율의 여유자금이 교회로 들어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커뮤니티 경제의 확대 재생산에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그는 교회 헌금을 순전히 타운경제라는 잣대로 본 것이지만 택스시즌 후 CPA 오피스를 조사해 봐도 한인들의 헌금비율은 상당히 높다. 이같은 논리에 거부감을 가지는 이들이 많을 지 몰라도 이 점에서도 교회는 이제 교회 밖, 이 지상에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물질로 돕는 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탁, 하고 유리구슬을 깨 산산조각이 났는데 깨진 조각들이 요술처럼 좌라락 합쳐져 옥구슬이 되는 일-. 그 일은 결국 한인교회에 달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상호<부국장 대우·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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