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호놀룰루한인장로교회)

감리교신학자 유동식 교수는 한국 교회 신학의 일반적 형태를 다음 세 가지로 설명하였다. 우선 장로교 보수 계열의 근본주의, 장로교 진보 계열의 진보주의, 그리고 감리교의 자유주의 신학이 한국 신학의 일반적인 흐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냉철한 신학적 고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신학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는 비교적 부족하였던 듯 싶다. 따라서 한국 교회가 좀 더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갖추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한국 교회 신학들의 맹점은 무엇보다도 ‘환원주의적’으로 믿음의 본질을 이해하는 한계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문제의 본질이다. 우선 ‘환원주의’란 의미는 하나의 조그만 지점에서 전체를 바라다보면서, 전체를 그 조그만 지점으로 축소시켜 버리는 것을 ‘환원주의’라고 한다. 전체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대단히 제한적이요 부분적이 되어서 있는 ‘실상’
을 그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믿음을 이해할 때도 환원주의적으로 이해하게 되면 믿음의 본질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체가 심히 부분적인 것이 되어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환원주의적으로 믿음을 이해하게 되면, 인간 삶의 구체적인 현장에서 격리되어 미신이나 광신 또는 맹신과 같은 믿음의 형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환
원주의적 믿음의 형태는 크게 (1)심리적 환원주의 (2)사회적 환원주의 (3)영성적 환원주의의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가 있다.

우선 심리적 환원주의는 믿음을 인간의 단순한 심리기능 또는 정신작용으로 보는 형태다. 믿음은 단순히 인간의 심리작용일 뿐이고, 단순한 내면의 정신작용일 따름이다. 이것을 다시 지성적, 정서적, 그리고 의지적 환원주의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1)지성적 환원주의는 인간의 지성적 인식에 믿음을 연결하는 것이다. 지성적으로 깨달아 아는 것을 믿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성을 강조하고 지성이 뛰어난 사람들을 인정하는 풍조가 있다.

가령, 얼마나 성경을 알고있냐? 얼마나 뛰어난 깨달음을 갖고있냐? 등의 질문이 상당한 의미를 갖게 되어서 깨달음이 많은 자가 믿음이 깊은 자가 되는 것이다. (2)정서적 환원주의는 정서적 체험 자체를 믿음의 모든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다. 정서적 체험이 없으면 구원을 받지 못했다고 단정해버리는 경향성이 짙다.

이러한 사람들은 믿음의 장을 오직 정서와 체험에만 둠으로서 신앙 성장은 무조건 뜨거운 정서를 가져야만 하는 것이라고 간주해서 늘 뜨거운 부흥집회, 뜨거운 찬양집회, 뜨거운 철야기도회 등을 통해서 어떻게든 뜨거운 신앙 정서를 갖기 원하며 그 정서적 체험을 믿음과 동일시하여 하나님을 ‘감정의 하나님’으로만 환원시키는 것이다. (3)의지적 환원주의란 무엇이든지 단순히 하나님의 뜻을 순종하기로 하고 그 뜻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뜻을 잘 실천해 옮기었으면 신앙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믿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기독교 신앙에서 의지적 결단과 실천적 행동으로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순종이 없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알맹이가 없는 쭉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지적인 결단과 실천만을 믿음과 동일시하는 것 역시 부분을 전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