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로 이사를 와 좋은 점은 한인 커뮤니티가 크지 않아 새 이주자들을 잘 챙겨 준다는 것이다. 모두들 가까운 인척들로 이어지는 독특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어 가족 같은 분위기가 따스한 봄기운처럼 살갑다.
그런데 봄기운 같은 따스함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LA, 하와이 등지로 이어졌던 한인사회의 ‘계파동’이 이 작은 커뮤니티로까지 번져왔다.
계주는 이 곳에서 오랫동안 자영업을 해오던 사람으로 계를 주선한 지는 6~7년을 넘었다. 새 이주자들은 그의 이름만 믿고 한국에서 하던 대로 낙찰계를 들곤 했다. 그는 자기 가족 들에게 이른 번호를 낙찰시켰고, 그 후엔 가명으로 등록된 계원의 이름으로 낙찰시켜 목돈을 챙긴 후, 파산신청을 해서 계를 공중 분해시키고 계원들에게는 한푼도 주지 않는 방법을 사용했다.
나는 피해자들을 도와주기 위해 계주의 개인파산을 막는 법정에 나가 통역을 했고, 이 지역 지방검사에게 사연을 전하기 위한 편지를 써주며 계파동의 내막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지방검사에게 사건을 이야기하며 계를 설명하는데 적지 않은 힘이 들었으며 다른 피해자 계원들을 설득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계원들은 대부분 자영업자들로 현금으로 곗돈을 지불해 증거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고, 세금 보고의 문제로 수입이 공개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려했다. 또한 형사처벌을 위한 고발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 변호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계 파동으로 입은 피해도 만만치 않은 판국에 또 다시 변호사 비용을 들여서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지, 영어도 안 되는데 일일이 법정에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과 자영업을 하다 보니 낮 시간엔 법정에 나올 시간을 낼 수 없다든지, 하는 것이 피해자들 대부분의 입장이었다.
계를 타서 개인 사업을 좀더 늘려 보거나,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겠다던 소박한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문제의 계주는 버젓이 자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계를 해서 목돈을 마련하려는 한인들의 사고방식이 있는 한, 이어지는 계 파동은 막을 길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어 커뮤니티마다 매서운 꽃샘 추위가 닥치곤 한다.
전지은/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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