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초 훌리오 루고에게 선제 솔로홈런을 맞은 박찬호가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고전에도 불구 실점을 최소화하며
승리투수 요건 갖추고 내려왔는데
안 풀린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30)가 또 다시 시즌 2승 도전에 실패했다. 고전에도 불구, 실점을 최소화하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이번에는 불펜이 승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4일 알링턴 볼팍에서 벌어진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박찬호는 솔로홈런 3방으로 3점을 내주고 6회초 투아웃까지 4-3으로 앞선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5⅔이닝동안 6안타(3홈런) 3실점. 3포볼 5삼진. 하지만 이 경기 전까지 5연승, 홈 구장 8연승 가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던 레인저스는 하필이면 이날 타선이 6안타 4점으로 비교적 잠잠한 데다 불펜마저 솔로홈런 2방을 얻어맞고 침몰, 4-5로 역전패했다. 승패를 기록하지 않아 시즌 1승3패를 유지한 박찬호는 방어율만 5.50(종전 5.64)으로 낮췄다. 리그 최약체 가운데 하나인 데블레이스(8승17패)는 이날 솔로홈런 5방으로 5점을 모두 뽑아냈다.
이날 박찬호는 직구 최고시속이 95마일까지 나왔으나 구위는 그리 예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점위기를 잘 넘기는 위기관리 능력이 좋아 6회까지 리드를 안고 가는 등 경기를 성공적으로 풀어가는 듯 했다. 1회초 1사후 2번타자 훌리오 루고에게 라이트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허용, 선취점을 뺏긴 박찬호는 2회 무사 1, 2루, 3회 무사 3루 등 잇달아 큰 위기를 맞았으나 후속타자들을 잘 잡아 실점없이 잘 넘기며 4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레인저스가 2, 3회에 각 1점, 4회 2점을 뽑아내 4-1로 앞서가자 시즌 2승 길이 활짝 열리는 듯 했다.
하지만 경기를 어렵게만 풀어가는 박찬호의 고질병은 이날도 어김없이 그를 괴롭혔다. 24명의 타자 가운데 초구 스트라익을 잡은 타자가 8명뿐일 만큼 자신있게 볼을 뿌리지 못했고 8명에게는 풀카운트까지 끌려가는 등 매 타자마다 힘겨운 승부를 함으로써 투구수가 늘어나고 체력소모도 많아졌다. 5회초 선두로 나선 좌타자 제프 블럼에 초구에 솔로홈런을 얻어맞아 리드가 4-2로 좁혀졌으나 아직까지도 분위기가 뒤바뀔 조짐은 아니었다. 하지만 투구수로 볼 때 사실상 마지막 이닝으로 예상됐던 6회초를 무사히 마치지 못한 것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선두 호세 크루스 주니어를 풀카운트 실랑이 끝에 포볼로 내보낸 박찬호는 다음 타자 로버트 픽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고 이때 2루 도루를 시도한 크루스가 타자의 송구방해로 아웃돼 다시 한번 위기를 잘 넘기는 듯 했다. 하지만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된다는 순간의 방심은 곧바로 화를 불렀다. 위험한 타자 티노 마티네스에 초구에 우월 솔로홈런을 맞고 리드가 1점차로 좁혀진 것. 곧바로 박찬호는 구원투수 제이 파월과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왔고 운명을 불펜에 맡겼으나 끝내 7회초 블럼이 이날 2번째 솔로홈런을 뽑아내 4-4 동점을 만들자 박찬호의 승리는 날아갔고 9회초 마티네스가 역시 이날 2번째 솔로홈런을 뿜어내자 레인저스의 승리도 날아갔다. 개인적으로 승리를 놓치며 동시에 팀의 연승행진이 끊어졌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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