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에 상륙하여 개봉된 한국 영화 ‘실미도’(감독 강우석)의 열기가 LA 한인들 사이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실미도’가 상영중인 미 극장가에서는 평상시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중·장년층 한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주중 오후 9시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부부 동반 혹은 온 가족이 영화관으로 들어가는 광경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주말에는 표를 구입하기 위해 줄지어선 젊은층 한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극장 안에서는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한숨을 짓기도 했으며, 상영이 끝난 후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한 관객이 그 당시의 한국 정부 당국자를 비난하면서 고함을 지르는 돌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영화관 안팎에서 일어나는 이같은 광경은 한국이라면 여느 극장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분위기로 가까운 친지나 친구들과 함께 상영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평소 못한 얘기도 나누며 영화를 즐기는 문화생활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 극장가에서 나타난 한인들의 이와 같은 모습들은 한국 영화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LA 한인커뮤니티에서는 실미도 상영을 계기로 출현한 ‘신종 문화’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한국의 인기 영화가 남가주 주류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일반 한인들에게는 ‘극장가 문화’라는 자체마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 극장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의 대부분은 주류사회를 겨냥한 작품들로 할리웃, 웨스트 LA, 샌타모니카를 비롯한 일부 특정 소수 극장에서 상영되어 한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작품들이었다.
그렇다고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에 한국 영화만을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한인 극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인들의 대부분은 비디오 가게에서 한국 영화를 대여해 집에서 봐왔기 때문에 한국 영화는 ‘비디오 문화’에 속해 있음이나 다름없다.
이번에 실미도 상영은 한인들, 특히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하는 한인 1세들에게 한국에서 생활할 당시 극장가에서의 아련한 추억과 향수가 젖은 ‘극장가 문화’를 LA에서 다시 느끼게 해준 셈이다.
‘실미도’를 LA에 배급한 ‘한맥영화’사의 김형준 대표는 ‘실미도’가 한인들 사이에 반응이 좋으면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를 계속해서 들여와 미 주류 극장에서 상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실미도’가 2주 연장 상영에 들어갈 정도로 한인들 사이에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 영화의 흥행성이 LA에서 인정된 셈으로 앞으로 LA 한인커뮤니티에 한국 영화가 계속해서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 영화의 질적인 향상은 LA 한인들에게 한국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욕구를 계속해서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한국 영화의 LA 한인커뮤니티 배급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는 남가주 미 주류 극장에서의 한국영화 감상이 앞으로 LA 한인커뮤니티의 문화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케 하고 있다. 이번 ‘실미도’ 상영은 지금까지 LA 한인커뮤니티에서 전무했던 ‘극장가 문화’의 태동을 예고하고 있다.
문태기특집 1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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