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나이 70이 넘었는데 뭐가 무서운가”
11일 오전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조길홍·박부웅 참사가 용천 폭발사고 성금을 전달받기 위해 한인회로 들어가는 것을 저지하려는 재향군인회 회원들은 반발은 예상했던 것보다 격렬했다. 물병이 날아다니고 험한 말이 오가는 험한 상황이 연출했다. 국가를 위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최일선에서 젊음을 바쳤던 노병들의 입장에서 북한은 여전히 ‘주적’이었다. 특히 성금 사용의 투명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현금을 직접 전달한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시위대의 물세례를 맞으며 간신히 한인회장실에 들어온 참사 일행에게 하기환 한인회장은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으로 받아들이자”며 이해를 구하고 2만달러의 성금을 전달함으로써 한인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성금파문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성금 전달을 둘러싼 혼선과 혼란은 한인사회에 적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
우선 한인회는 커뮤니티 차원의 모금운동을 통해 모아진 성금을 관리·사용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여론수렴과 동의를 얻어내는 노력을 선행했어야 했다. 북한 대표부에 직접 전달을 통한 상호 관계증진이란 명분과 상징적인 의미도 중요했지만 그에 앞서 보다 충분한 의견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자초했다. ‘한인회의 독선과 오만’을 나무라는 일부의 지적은 그래서 공감을 얻고 있다.
과격한 시위문화 역시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반대의사를 나타내며 시위를 벌이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문제삼을 수 없지만 물병을 던지고 욕설과 함께 몸싸움을 벌인 것은 정도를 지나친 행동이었다. 특히 이들이 외교관 신분인 점을 감안한다면 절제와 성숙된 자세를 보여줬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이와 함께 북한 대표부도 이번 일을 계기로 말로만 ‘민족’ ‘동족’을 거론할 것이 아니라 한인사회의 뿌리깊은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를 안게 됐다.
미국과 달리 한반도에서는 양측간에 정부와 민간차원의 교류가 활기차게 전개되고 있고 남측 관광단이 금강산을 돌아보는 것이 일반화됐다.
지금은 북미간 냉랭한 관계가 진행되고 있지만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는 것이 국제관계인 만큼 대표부도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동질성 회복과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문을 활짝 열고 한인사회와의 잦은 만남과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
황 성 락<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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