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호놀룰루한인장로교회)
세상, 엄청나게 변했다... 요즈음 자주 자주 읊조리는 표현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최근 북한과 대화를 나누겠다고 앞을 다투어 야단이다.
그런가하면 불과 몇 년 전에는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웠던 ‘국가보안법’을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한국 보수 언론의 대표적인 한 일간지는 북한의 ‘용천역 폭파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을 돕자고 외치면서 먼저 거액의 기부금을 선뜻 내놓았는가 하면, 그들을 절대로 도와주어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고집하고 주장하던 기독교 극우 보수 교단과 교회들도 이들을 돕는데 스스로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 세상이 되었다.
특히 그 일간지는 역사의 중요한 고비 고비마다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해 왔던 수구 보수 세력의 대표적 언론일 뿐 아니라, 보수 수구 기독교단들과 그 교회들은 대부분 잘 알려진 대형 교회를 중심의 일종의 문어발식 재벌 형태의 기득권적 종교 집단이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변화를 더욱 실감나게 만든 것은, 지난 17대 국회의원 총선의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수구 정당이 40여 년 동안이나 원내 제1당으로 군림하다가 결국 그 자리를 개혁세력에게 내어주고 말았다. 또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요, 언제나 ‘친북좌경’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변방의 세력들이 국회 원내의 제2야당으로 전격 등장하
였다.
그런가 하면 또 아이러니칼하게도 표면적으로는 엄격한 정교(政敎) 분리를 주장해 오던 보수 기독교인들조차도 ‘기독교 정당’이라는 것을 급조해서 정치에 친히 개입하는 경이적인 사건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사실, 이들 기독교 정당의 주도자들은 이미 보수 수구 세력의 좌장격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들이고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철저히 정교 분리의 원칙에서 기독교인들의 정치 참여를 비난해 왔던 인물들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부당한 군사 독재의 권력으 그늘에서 소위 가증스러운 ‘조찬기도회’ 등을 열어가며 음으로 양으로 협력하고 불의한 정권으로부터 철저하게 혜택을 입었던 자들이다.
그런데 표면적으로는 이렇게 정교의 분리를 명목으로 민주화 과정을 철저히 외면해 오던 자들이 민주화 운동이 진전되어 이제는 자유로운 정치 환경이 형성되자 또 다시 그럴듯한 사유를 빌미로 기독교 정당이란 것을 만들고 권력의 일부 몫을 챙기려 했다는 것은 한 마디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어찌 보면 결과는 참, 천만다행이었다. 그들은 겨우 26만 명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고 전체 투표자의 1.1%에 지나는 득표에 불과하였다. 비례대표는 물론 지역구에서도 단 한 명의 당선자를 내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정당의 출현은 우리 민족의 역사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회용 해프닝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만약, 기독교 정당이 그럴싸한 성과를 거두었다면, 다원종교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조국에서는 또 어떤 일이 발생할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기독교 정당이 자리를 잡아가면, 또 불교 정당이 나오지 말란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렇게 되면 불교와 기독교간에는 말할 수 없는 정치적 경쟁이 발생하고 말 것이고, 결국엔 다원종교 사회구조로 말미암은 정치 판의 종교 갈등은 우리 민족을 참으로 알 수 없는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 가고 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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