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호놀룰루한인장로교회)
그런데 그런 기독교 정당을 만들려 했던 소위 보수 기독교 지도자들은 한 마디로, 우리 백성들의 정치 의식을 무척이나 얕잡아 보았던 듯 싶다. 한국 기독교 120여 년 역사에 급 성장한 기독교 인구 모두가 필히 자신들의 뜻을 받들고 꼭 함께 할 것으로 심히 착각을 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들의 이런 착각은 백성들의 의식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사고였을 뿐 아니라 그들의 몸은 필경 이 시대에 살고 있으나 그들의 정신과 의식은 아직도 대단히 봉건적이고 냉전적인 과거에 살고 있다는 것만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만 부질없는 짓이었을 따름이었다.
특별히 우리 조국 백성들은 이번 선거를 통하여 참으로 대단히 성숙한 정치의식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가령,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국회의원들이 준엄하게 심판되었다. 또한 기독교 정당을 주도한 지도자들의 정치의식이 일반 백성들의 정치의식과 크게 유리되어 있음도 확연하게 보여 주었다.
뿐만 아니라, 각 정당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교회
로, 성당으로, 사찰 등으로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심지어는 ‘삼보일배’ 등을 통하여 특정 종교에 대한 친근감과 충성심을 표현하였다 할지라도 백성들의 정치 의식은 이제 그런 것들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러한 우리 백성들의 성숙한 정치의식이 오히려 아직도 구시대적 낡은 이념과 의식에 사로잡혀서 백성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고리타분한 보수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에게는 더욱 더 많은 것들을 숙고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최근 한신대학교 신학연구소에서는 학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하여 한국 기독교인들의 의식을 조사해 본 결과, 그들은 이제 보수교회 또는 진보교회의 출석여부와 상관없이 성숙한 정치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가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는 대부분 북녘 동포들을 기아로 몰고 간 독재자(84.8%) 등의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민족통일을 위해서는 김 국방위원장의 남한 방문에 대해서도 당연히 환영하겠다(85.9%)는 태도가 다수일 만큼 정치적 의식이 성숙하게 고양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이제 세상은 참 많이 변했고, 또 지금도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특히 한국 기독교인들의 정치의식 역시도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 지도자들 역시 그들 못지 않은 의식을 위해서라면 결단코 변화를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구나 이민교회의 지도자들은 단순히 조국을 떠나 올 당시의 향수나 봉건적 사고, 또는 냉전적 구시대의 고리타분한 시각이나 이념만을 고집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구나 우리 조국은 지금 더욱 더 겸허하게 백성들을 섬기고 백성들의 민의를 존중하는 정치권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정황 가운데 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어차피 어떤 모양으로든지 기독교와 정치 권력이 불가분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이상, 그리스도인들은 정치하는 자들로 하여금 더욱 그리스도의 ‘섬김의 정치’가 이 땅 위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정치권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도록 하기 위한 정치의식을 가지고 선도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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