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줄 모르고 달아오르던 남가주 주택시장이 최근 눈에 띄게 열기가 식고 있다.
지난 3~4월만 해도 주택시장에서 매물 찾기가 쉽지 않고 오픈하우스 전에 이미 4만~5만달러씩 얹어 오버 프라이스로 팔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5월 들어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매물이 급작스럽게 늘어 심하게는 10배까지 매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는 기간이 늘어나고 가격도 보합세를 보이거나 일부는 빨리 팔기 위해 가격을 내리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곧 금리인상이 확실하고 결국 모기지 금리도 크게 오르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을 우려한 일부 주택 소유주들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가주의 주택시장이 과열됐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LA 카운티 기준, 지난 97년 1월 17만5,000달러에 불과했던 중간 주택가격은 지난 5월 39만4,000달러를 기록, 2배 이상 뛰었다. 주택 소유주들은 7년 동안 앉아서 20만달러 정도씩 벌었다는 이야기다. 보통 사람이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월급이 올랐다고 해도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만큼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반면 지난 91년 7월 23만2,000달러에 달했던 LA 카운티 중간주택 가격은 6년간 하락세를 지속해 96년 12월 16만5,000달러까지 떨어졌었다.
최근 남가주뿐만 아니라 미국 부동산 붐이 거의 끝나간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존 워식 블룸버그 컬럼니스트는 최근 들어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미국의 부동산 붐이 거의 끝나가고 있으며 향후 4년간 부동산 가격이 20% 이상 하락할 수 있음을 예상했다.
또한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4년간 미국의 집 값은 10% 떨어져야 정상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주택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 내 집 장만을 엄두도 못 내던 퍼스트 홈 바이어들에게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지난 4월 오렌지카운티에서 중간가 주택구입 능력이 있는 가구가 13%에 불과하고 가주에서 중간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연 가구 수입이 10만달러를 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내 집 장만이 요원했던 퍼스트 홈 바이어들은 이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최근 2년여 부동산 시장은 상당수 지역에서 분양 주택 등을 계약한 후 단기 차익을 보고 매각하는 투기성 바이어들의 득세로 퍼스트 홈바이어들이 크게 위축됐었다.
퍼스트 홈 바이어가 자기 소득수준에 맞춰서 마이 홈을 장만할 수 있어야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그동안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던 남가주의 주택시장이 향후 3~4년간 거품이 빠지면서 계속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현장에서 뛰는 부동산 전문가들이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현 주택 소유주들에게는 그다지 달가운 소식은 아니지만 이러한 조정기를 거쳐야 부동산 매매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퍼스트 홈 바이어도 살고 에스크로, 융자 등 관련업계도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진단하고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은 다시 오르막으로 연결되는 것이 부동산 경기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부동산 시장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박흥률경제 부장대우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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