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인 장애요소는 큰 문제가 아니다. 자연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LA시간으로 14일 밤 막을 올린 제133회 브리티시오픈 챔피언십은 언제나 자연과의 싸움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의해 승자가 결정된다. 빙판 그린으로 유명한 매스터스나 깊은 러프와 좁은 페어웨이로 대표되는 US오픈 등 다른 메이저와 달리 브리티시오픈은 코스 세팅에서 인위적인 장애요소를 강조하지 않는다. 강한 바람과 비 등 자연조건이 바로 브리티시오픈 코스를 지키는 진짜 호위병들이다.
브리티시오픈이 벌어지는 코스들은 대부분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링크스코스들로 바람이 없을 때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코스들이지만 북해의 강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선수들에게는 그 어느 코스보다도 날카로운 이빨로 무장한 난공불락 요새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 이번 대회가 벌어지는 스코틀랜드의 로열 트룬 골프코스(파71·7,149야드)도 마찬가지로 날씨에 따라 난이도가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질 전망이다.
전형적인 스코틀랜드 날씨는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변덕스러움 그 자체다. 14일 마지막 연습라운딩에 나선 타이거 우즈는 9홀을 도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동안 로열 트룬의 전형적인 날씨를 골고루 경험했다. 고요한 아침에 티오프했으나 곧 바람이 불어오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바람이 거세지면서 비는 위가 아닌 옆에서 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잠시 후 비바람이 조용해지더니 다시 햇볕이 쨍쨍 내리쬐기 시작했다. 로열 트룬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실감나게 보여준 것.
특히 북해의 강한 바닷바람은 선수들이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다. 똑같은 200야드 거리도 바람이 어느 쪽에서 부느냐에 따라 클럽선택이 2번에서 9번아이언까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운이 따라주는 것도 필수적이다. 최고의 샷을 치고 불운한 것보다 미스샷을 내고 운이 따라주는 것이 더 좋은 것이 바로 여기다. 오픈 챔피언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도 이 때문에 나왔다.
세계랭킹 300위밖의 철저한 무명이었지만 지난해 이 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해 세계적인 스타반열에 올랐던 벤 커티스가 그 좋은 예. 우즈 역시 어머니 자연의 심술에 운 기억이 있다.
매스터스와 US오픈을 석권하고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던 지난 2002년 그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첫 이틀간 선두권을 유지했으나 3일째 북해의 강풍에 휘말려 81타를 치는 바람에 그랜드슬램 꿈이 날아간 것. 결과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어니 엘스에 6타 뒤진 공동 28위에 그쳤으니 결과적으로 3라운드에서 75타 정도만 쳤어도 우승을 바라볼 수 있었다.
과연 어머니 자연은 올해 누구를 향해 미소를 보낼까.
<김동우 기자>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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