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 시작된 지난 12일 LA카운티 형사법정에서 박정희(오른쪽)씨와 노미영변호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프랑코 바라타(왼쪽) 검사가 모두진술을 하고 있다.
“폭행 살인” vs “단순 사고”
LA 형사법정 살인혐의 베이비 시터 박정희씨 검찰-변호사 공방지금 LA 다운타운 134호 형사법정에서는 많은 한인부모들의 관심을 끄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아는 집의 유아를 돌보다 유아가 숨지자 30대 한인 베이비시터가 살인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곧 그것이다. <본보 7월13일자 A3면>
많은 맞벌이 부부가 아이들을 베이비시터에 맡기고 있고, 베이비시터는 친척이나 같은 교회 교인 등 ‘아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한인 이민사회의 또 하나의 전형화된 비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은 한인 베이비시터를 살인혐의로 몰고 있지만 변호인측은 불행하지만 단순사고였다고 팽팽히 맞서 있다.
◆사건개요=2003년 9월17일 오후 1시30분께 가깝게 지내던 지인의 부탁으로 메간 이(Megan Lee·당시 생후 7개월)양을 돌보던 박정희(31)씨가 이양을 ‘하이체어’(유아 식사용 의자)에 앉힌 채 화장실 욕조 안에서 씻기던 중 밖에서 박씨의 두 자녀가 우는소리가 들려 자리를 비웠다.
아이들을 달래고 부엌에서 일을 보던 박씨는 화장실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려 들어가 보니 이양이 욕조 수도꼭지 쪽으로 누워 있었고, 물이 얼굴로 떨어지고 있었다. 박씨는 물을 끄고 이양을 토하게 했으나 이양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자 곧장 응급구조대(911)로 신고했다. 이양은 글렌데일 아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인 18일 오전 숨졌다.
◆검찰측 입장=LA카운티 검찰은 박씨를 살인(PC 187(a)), 8세 이하 아동 폭행살인(PC 273ab), 아동학대(273a(a)) 등 3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세 가지 혐의 모두 유죄가 인정되면 최소 25년~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
검찰은 박씨가 이양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응급상황 발생 후 아이를 안고 나오면서 머리가 벽에 부딪힌 점 등을 의도적인 폭행으로 보고 있다. 911 신고 전 아이의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안고 흔들었다는 진술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부검의는 ‘Shaken Syndrome’의 흔적이 있다는 소견을 제출했다. 프랑코 바라타 검사는 ‘사고가 아닌 살인’이라는 입장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변호인측 입장=박씨측 노미영 변호사는 “분명히 실수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혐의 없음을 증명해 이를 기각시킨다”는 입장이다. 이양의 부모는 이미 검찰측에 박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특히 아이가 흔들렸고, 머리 부위에 외상이 있으며 이런 사실들이 살인을 뒷받침한다는 검찰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여러 명의 전문의를 증인으로 세울 예정이다.
박씨의 가족은 실수에 대한 죄값은 당연히 치르겠지만, 살인혐의만은 꼭 벗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케이스가 신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배심재판 대신 판사단독 재판을 요청했다.
박정희씨 남편 인터뷰
“집사람 실수 인정하나 살인 혐의는 억울”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다운타운 형사법원을 찾은 남편 박모씨는 피곤에 지친 표정으로 힘들게 입을 열었다. 박씨는 “실수를 인정하기 때문에 빨리 사건이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심경은
“10개월 가까이 큰 고통을 겪었다. 죽은 아이 부모에게도 미안한 마음 뿐이지만, 살인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집사람도 실수였지만 죄 값은 어떤 식으로든 치러야 다시 살아가는데 그나마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건 당일 상황은
“집사람이 병원에서 의사와 인터뷰 한 후 경찰조사를 받았다. 너무 겁이 난 나머지 기억나는 모든 세세한 상황까지 진술한 것이 경찰에겐 의도적인 행동으로 비춰진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아이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재판도 받았다”
▲숨진 이양 부모와의 관계는
“누나(이양 어머니)와 남편도 우리를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도의상 연락하기가 힘들었다. 최근에는 새로 아이도 갖고 잘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들었다. 어떻든 조카처럼 여기던 아이가 죽었다. 죄값은 하나님이 결정해 주시리라 생각한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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