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들은 착취당하고 있다. 업계 동료들도 히스패닉을 많이 고용해 턱없이 적은 돈을 주고 잘도 부려먹는다. 난 절대 불법체류자 고용 안 한다. 그렇다고 불체자라고 다 가난하고 힘든 것도 아니다. 가짜 소셜카드를 구입해 각종 정부혜택은 다 빼먹으면서 벤츠까지 굴리는 사람도 봤다. 내가 낸 세금을 공짜로 먹는 꼴이다.”
불체자 운전면허 법안 통과 촉구 시위가 주청사 앞에서 열린 지난 9일. 새크라멘토 공항에서 만난 건축업자 패트릭 이간씨는 불체자 문제의 양면을 동시에 보고 있었다.
40대 백인 남성인 그는 “불체자들은 불법적으로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법대로 다 내보내는 게 근본적인 해결방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제가 있는 건 알지만 일단 ‘법대로’ 처리하자는 이간씨의 시각은 사실 대다수 미국내 ‘합법체류자’들의 시각일지도 모른다.
지금 새크라멘토에서는 ‘불체자 운전면허‘ 이슈가 뜨겁다. 수 차례 주의회 통과와 주지사 거부권 행사를 반복하며 되살아난 이 법안은 현재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일반 면허증과는 차별화된 표시를 해야한다는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입장 표명으로 또 한번 난관을 맞고 있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특성상 불체자라고 하더라도 이민자들에게 기본적의 삶의 조건을 점차적으로 마련해 주지 않을 수 없고, 동시에 먼저 왔기에 주인이 된 합법체류자들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국가안보라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한인 사회의 경우 불체자이기에 겪고 있는 어려움은 너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할 정도로 주위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운전면허발급을 포함한 불체자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제도적 변화는 정치권의 공방이나 권익옹호단체들의 강한 외침에서만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간씨와 같은 일반 미국인들이 가진 인식이 두터운 장벽으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1세 이민자로서 주지사로까지 올라선 슈워제네거가 절대 합의가 어려운 조건을 내세운 이유도 이런 일반 미국인들의 의식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달 말이면 의회를 통과해 이 법안은 다시 주지사 책상 앞에 놓일 예정이다. 주지사 예고대로 다시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확률이 높지만 혹시 모를 확률에 기대를 걸어본다. 슈워제네거가 넘어야 할 부담도 크겠지만 이로 인해 혜택을 받을 한인이 생각보다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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