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호놀룰루한인장로교회)
손톱 만한 거짓말 하나를 하더라도 화형장에 끌려가던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제 전설에 불과할 따름이다. 더구나 세속 사회는 물론 신성한 교회에서조차도 정직의 담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 같다.그런데 이러한 일의 탁월한 공로자들 중에는 소위 세속 사회나 신앙 공동체를 막론하고 지도자급들이 더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특별히 이민 사회에서 가짜 학력이나 가짜 학위의 범람은 이제 더 이상 마땅히 정제할 도리가 없게 되고만 것 같다. 문턱에도 가보지 않았는데도 당당하게 특정대학 졸업생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문턱을 조금 밟아 보고서는 도대체 이 나라에선 조금도 통용되지 않는 ‘수료나 중퇴’라는 말로 자신의 신분을 격상시켜 보려고 치부하고 나선다. 한
국 사람들에게만 통용되는 비합리적 억지 문화의 병폐 현상이다.
의사들이나 변호사들의 사무실을 방문할 때면, 유난히도 줄줄이 벽에 걸려 있는 졸업장들이나 자격증들을 바라보게 된다. 무슨 의미일까? 부정직한 사회에서 정직을 대변하려는 노력이라고 본다. 물론 그것마저도 때론 가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러한 방식으로 신분적 정체성이나 정직을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을 위해 졸업장이나 학위증을 좀 보여 달라고 한다면 그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한편의 코미디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런 까닭에 솔직히 우리 사회에는 얼마나 학력 또는 자격 공갈을 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가? 학력 공갈을 치더라도 함께 공부한 사람이 없든지, 졸업생이 하나도 없을 때는 그것이 마치 사실처럼 통용되어버리고 마는 게 바로 우리 이민 사회다. 행여 재수 없이 발각이라도 되면, 얼버무리거나 얼른 학교를 바꾸어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런데 더욱 부끄러운 것은 이런 거짓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에도 목회자들이 정작 한 몫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나 변호사처럼 무슨 졸업장이나 자격증을 붙여 놓고 영업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 보여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아니 그 어느 것 하나라도 확인하고 정리해 줄 곳도 없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더구나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어떤 특정 단체 등을 통해서 담합이라도 하고 서로를 정당화라도 시켜주면 도저히 구조적으로도 풀 수 없는 난제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민 사회에는 무슨 소위 한국의 ‘부패방지위원회’같은 곳이라도 있어서 가짜 학력, 가짜 학위를 골라내는 검증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을 온통 뒤덮고 있는 이러한 ‘왜곡된 정직’들을 바라보며 예수를 믿는 우리가 지탱해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스스로를 카멜레온처럼 생각하며 사는 자들에게는 ‘부정직’이 오히려 편안한 처세술 정도로만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양심’이 있음은 그나마 퍽 다행이다.
특별히 우리 그리스도인들만큼은 우리 안에서 진실과 정직만이 우리 삶의 호흡이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하나님이시여, 내 속에 깨끗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편51:10)
라고 절규해야만 할 것이다. 사실, 하나님을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정직보다 더 좋은 명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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