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몇 가지 가정을 해보자. 서울의 대표적 고궁인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여자 연예인이 옷을 홀딱 벗고 누드촬영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니면 천년 고도 경주의 불국사 대웅전 뒤나 서울 이태원 거리 한복판에서 누드촬영을 한다면 어떨까.
아마 지켜보는 시민이나 경찰 또는 관계기관 담당자들이 펄쩍 뛰며 난리가 날 것이다. 일반 시민은 ‘도대체 우리가 얼마나 만만해 보이면 저럴까’ 싶어 분통을 터뜨릴 것이고 경찰이나 관계기관에서는 분명 현행법을 문제 삼아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이고 단호하게 막는 것이 당연한 조치다.
그럼,상황을 바꿔보자. 한국의 연예인이 외국에 나가 그런 식으로 누드를 찍는다면 이것은 국위선양일까,국가망신일까.
최근 한 여자 스타가 프랑스 파리에서 누드영상을 촬영하고 돌아왔다. 누드영상을 제작한 측에서는 파리 에펠탑,몽마르트르 언덕 등 관광명소에서 촬영했고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자랑스레 후일담을 소개했다. 아마 제작사측에서는 세계적 관광명소를 배경으로 찍은 것이 내세우고 싶은 성과일지 모른다. 그러나 냉정히 따지면 이것은 자랑할 게 아니라 숨기고 부끄러워할 나라망신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어느 나라든 수도 거리 한복판에서 백주에 누드촬영하는 것을 흔쾌히 승낙할 나라는 없다. 더구나 그 장소가 각국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라면 더 말할 것이 없다. 결국 현지 행정기관의 눈을 피해 도둑촬영을 했다는 것인데 이런 모습이 관광객이나 본 현지 주민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한 여자 스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국제적 관심과 보호를 받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몰래 누드를 찍어 현지에서 큰 물의를 빚었다. 그 전에는 에로스타 출신 한 여자 연예인이 전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성지인 바티칸 거리에서 전신 누드를 시도하다가 현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요즘 한국 대중문화의 화두는 여러 나라에서 부는 한류열풍이다. 한류는 무엇보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형성한다는 점에서 크게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나라 이미지야 어떻든 돈만 벌면 된다’는 식으로 아무 데서나 알몸 드러내고 누드 찍는 단세포 같은 행동은 한류로 어렵게 쌓아올린 국가 이미지를 한번에 곤두박질시킨다.
누드영상 준비하는 분들께 당부드린다. 이제 누드 찍는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고 그것으로 돈을 번다고 탓할 사람도 없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 찍을 때 최소한 옷 벗을 곳과 아닐 곳은 제발 구별해주기를 바란다.
스포츠투데이 김재범 연예부 차장 oldfield@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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