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법안이 미 상하원을 통과되고 부시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마침내 그 효력을 발생하게 되었다. 미국의 인권도 따지고 보면 별로 자랑할 입장이 아닌데도 남의 나라 인권에 까지 “감 놔라, 배 놔라”하고 있으니 나라는 역시 강국이 되고 볼일이다.
그러나 더욱 가관인 것은 한국정부의 태도로서 제3자까지 나서서 북한의 인권을 위해 거들어 주겠다고 하면 고맙게 여기거나 아니면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한 통속이 되어 북한을 자극하느니, 내정간섭이니 하면서 누구 편을 드는 것인지 참 요지경 속이다. 동족애를 앞 세워 도와주자고 하면서 무자비하게 자행되는 인권탄압과 자유를 찾아 감행하는 대량 탈북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그것이 남북화해의 조성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설명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북한주민들이 오래도록 겪어온 참상을 생각한다면 의당 할 말을 해야 같은 겨레라 할 수 있으며 더구나 인권은 인간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내 나라, 남의 나라 따로 국경이 없는 문제이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한시적인 공존은 가능할지 모르나 언젠가는 한쪽이 멸망해야만 하는 숙명적 대치관계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인식한다면 노무현 정부의 그런 이율배반적인 정책은 문제가 있다.
필자는 ‘북한 인권법’과 ‘과거사 규명’은 같은 맥락에서 취급돼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북한의 인권부재 현상은 비단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동란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몰라서 그렇지, 그 당시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만행은 천인공노할 만큼 가증한 것이었다. 9.28 서울 수복 전 불과 며칠 사이 필자가 직접 학살을 목격한 양민만도 수천에 이를 정도였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 측의 잘못도 크다고 하는데 이를 전적으로 부인치는 않겠다. 하지만 양측을 어찌 단순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북한은 아직도 입버릇처럼 내세우고 있는 한 핏줄, 같은 형제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범죄 집단이고 남한은 단지 피해자일 뿐이다. 그 죄상은 본질적으로 판이하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 와서 그 때의 정황을 현재의 잣대로 측정해서 양측을 모두 동일시하는 양비론자는 겉으로 매우 중립적인 평화애호가로 보이지만 실상은 누가 옳고 그른가를 제대로 분별조차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적대세력간의 통합이 화해를 통해 달성된다는 생각은 천진난만한 꿈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평화를 가장한 전략적 화해를 무수히 보아왔다. 역사의식이 없는 민족은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 할 뿐이다.
역사를 올바르게 규명하려면 과거의 일을 마구 들춰내서 개인의 한풀이나 당리당략과 정권유지를 위한 아전인수격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 앞에 주어진 일을 똑 바로 처리하려는 자세이다. 오늘의 문제를 잘 매듭짓는 것이 바로 역사의 과오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해결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북한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하려는 것이나 미국이 남의 나라 인권법까지 만드는 것도 결국 한국동란 시 우리가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을 다 마치지 못한 시대적 유산 때문이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대를 이은 인권유린 행위는 새삼스럽게 ‘과거사규명’을 거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검증이 끝난 사실이다. 오죽 했으면 ‘테러국가’와 ‘악의 축’으로 까지 낙인이 찍혔을까.
그렇다면 더 이상 무슨 부연설명과 이유가 필요하겠는가. 이제는 이곳 한인동포들이 나서야 할 차례이다. 한국의 현실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인권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고 이를 규탄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훗날 우리 역시 후손들에게 “그 중요한 시기에 무엇을 했는가?”라는 과거사 규명의 대상자로 도마 위에 오를 것이 뻔하다.
조만연/수필가,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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