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심지어 몇 달만에 간판을 바꿔다는 모습이 흔해진 타운 업계에서 반대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업소들이 주변에는 꽤 된다. 얼마 전 타운‘장수업소’들을 취재하다보니 30년을 훌쩍 넘긴 곳만 대충 대 여섯 곳, 10-20년 이상은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였다.
물론 오래 된 업소라고 해서 모두 ‘거창한’ 발전을 이룬 것은 아니다. ‘장족’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괄목 성장을 일군 곳이 있는 반면 예나 지금이나‘변함없는’업소도 많았다.
매출이나 직원 수의 증가 등 경영성과는 차치하고 이들 업소가 전하는 영업 전략은 한 번쯤 귀 기울만 하다. 어찌됐건 부침이 심한 업계에서 강산이 두세 번 바뀌도록 ‘살아남은’ 노하우라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창업 30돌을 맞은 ‘한스전자’. 경쟁 업체들이 매장 늘리기 등 확장경영에 몰두하고 광고비를 ‘물 쓰듯’ 할 때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웨스턴가를 지켰다.
“가전의 경우 절대 많이 남는 장사가 아니라 과당경쟁에 끼어들거나 오버헤드(overhead ? 총 경비)를 늘렸다간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한재민 사장의 경영지론이다. 대신 단골 잡기에 주력, 현재는 전체 고객의 8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 덕분인지 타 업체들이 쓰러지고 힘들어할 때도 큰 어려움 없이 비즈니스를 꾸려갔다.
지난 88년부터 내리 한 주인이 영업하는 ‘동아서적’도 요란한 마케팅은 자제한다. “많은 타운업소들이 분에 넘치는 홍보 예산을 쓰다 효과가 나지 않으면 제풀에 넘어지는 것 같다”고 업주는 꼬집었다. 적정한 이윤 유지는 이 업소의 원칙이다. 남들보다 유난히 비싸게 팔지도 않지만 또 제살깎기도 안하겠다는 것. “큰 실속 없는 장터도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는 업주는 “가끔 땡 처리 물건을 구입하라는 도매상의 유혹을 받지만 마음에 걸려 거절 한다”고 말했다.
식당업계의 터줏대감격인 ‘강남회관’의 이상헌 사장도 “한창 호황일 때 지점 내라는 소리를 귀 아프게 들었다”며 “한 곳에서도 제대로 손님 서브하기 힘든데 어떻게 두 곳을 운영하겠냐는 마음에 지점 개설은 꿈도 못 꿨다”고 전했다.
타운 업소 중에는 왠지 잘못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 종종 눈에 띤다. 남들이 한다면 빚을 내서라도 무리하게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가 하면 안 된다 싶으면 하루아침에 업종도 갈아치운다. 장수업소들의 전언은 성공으로 가는 비법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시사하는 점은 적잖다.
이 해 광<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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