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욕설 많은 ‘라이언 일병 구출작전’ 방영 취소
상영중인 영화‘킨지’도 보수파 반발 거세
잭슨 젖가슴 노출 CBS엔 거액 벌금 부과
미 전국 66개의 ABC-TV 지역 방송국이 지난 11일 베테런스 데이에 방영할 예정이었던 2차대전 영화 ‘라이언 일병 구출작전’의 방영을 취소했다. 이유는 F자 욕설이 너무 많다는 것. ‘라이언 일병-’외에도 현재 상영중인 미 섹스혁명의 선구자 알프레드 킨지 박사에 관한 영화 ‘킨지’에 대한 보수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후 매스컴들은 이같은 경우들이 9.11사태 이후 급격히 보수화하고 있는 미정치 및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징조일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미국인들의 총애를 받고 있는 탐 행스가 주연한 ‘라이언 일병-’은 미 영화사에 길이 남는 걸작으로 과거 이미 두 차례나 방영됐었다. ABC-TV는 스필버그와의 계약조건 때문에 영화를 극장용 그대로 내보내야 해 20여차례의 F자 욕설도 무삭제 방영됐었다.
전장의 군인이 상소리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지난 11일 다른 ABC 지역 방송국이 이를 방영하자 이튿날 미연방통신위(FCC)에는 수천통의 항의전화가 걸려왔다. FCC는 항의내용을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수파들의 맹렬한 TV 정화운동을 촉진시킨 계기는 지난 2월 수퍼보울 휴식시간에 노래를 부르던 재넷 잭슨의 젖가슴 노출 해프닝.
사건 한달 후 FCC는 규정을 개정, 대중 TV가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이나 F자 욕설을 내보내면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잭슨의 젖가슴 노출로 CBS-TV에는 55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됐다.
FCC가 규정을 바꾸기 전만 해도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지 않은 F자 욕설은 별 탈 없이 방영됐었으나 새 규정은 무조건 F자 욕설에게는 벌칙을 매긴다고 돼있다.
벌금액수도 과거보다 대폭 상향조정돼 위반 건수당 최고 액수는 3만2,500달러(만약 FCC가 이번 ‘라이언 일병 구하기’ 방영으로 ABC측에 벌금을 부과하면 이 프로를 내보낸 모든 지역 방송국에 방송국당 이 액수를 책정할 수 있다).
FCC가 대중 TV에 보다 엄격한 규정을 적용키로 한데는 미 가족협회와 부모들의 TV 자문위 같은 보수단체들의 강력한 로비가 큰 작용을 했다. 이들은 그동안 TV에서의 섹스와 폭력과 욕설에 대해 비판을 해왔고 정부가 이를 통제하도록 촉구해 왔었다. 그것이 잭슨의 젖가슴을 계기로 큰 결실을 보게 된 것. 그러나 진보파들은 FCC의 규정 개정이나 ‘라이언 일병-’ 방영 취소 등이 미국 정치 풍토의 보수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라이언 일병-’ 방영 취소가 부시 재선과도 무관치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그 증거로 지난 선거 때 출구조사 결과 투표자의 22%가 ‘도덕적 가치’ 때문에 부시에게 투표한 것을 들고 있다. 그래서 지금 TV 방송국들은 매우 조심스런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한편 ‘킨지’ 경우 보수 단체들이 영화제작 2년 전부터 반대운동을 벌였는데 이들은 심지어 주연 배우 리암 니슨의 어머니에게까지 편지를 보내며 영화제작 반대운동을 펼쳤었다.
그런데 최근 뉴욕의 공영방송(PBS)인 WNET는 ‘킨지’의 선전 필름 방영을 거절했다.
이유는 그 내용이 “너무 상업적이고 자극적”이라는 것. 진보파들은 WNET의 조치 역시 더욱 보수화하는 미국 사회풍토에 연관시키고 있다.
관계자들은 FCC가 TV에서 방영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확실한 선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이들은 FCC가 분명한 선을 긋지 않는 한 보수화 기운에 밀려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언론 자유라고 결론 지었다.
<박흥진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