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진<주부>
건강유지를 이유로 시작한 골프가 십수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시작한지 일년 이내인 사람들과 비슷한 스코어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내 근기에 문제가 있을터이지만, 싫다는 사람을 거의 어거지로 끌어낸 남편의 의도는 따로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한참 뒤였다.
흔히들 남편만 골프를 즐기게되면, 주말과부니 뭐니 하고, 시간만 나면 무엇에 홀린 듯 밖으로만 나가려하는 남편들을 안에서는 곱게 볼리가 없다는 점에서, 안 식구도 그 재미를 알게 만들어 애초에 그런 불편한 상황을 없애버리자는 의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덕분에 한가지 감사하는것이 있으니, 내가 속해있는’’[여성골프회]에서 여러가지를 느끼고 배운다는것이다.
자기가 속한 그룹을 소중히 알고 지켜나가는 미국여자들의 투철한 참여의식과 책임감, 이기고 지는것 보다 어떻게 서로 즐길수 있을지를 염두에 둔 절도있는 플레이, 애정과 매너가 있는 엄격한 규정관리, 그리고 부러울만큼 막강한 그들의 체력과 정신력에서 짧은 역사의 미국이 세계최강국이 된 또 하나의 이유를 본다.
지난 11월 14일은 그 [여성 골프회]의 창립 75주년이었다.
늙어서 더 이상 플레이를 할수없는 할머니들까지도 많이 참석한 그 파티에서 이름밑에 [Since 1932] 라는 명찰을 달고 시종 의자에 앉아있던 Mary 는 그날의 꽃이요 그룹의 산 역사였다. 내가 태어날수 있을지 말지 꿈도 안꾸던 시절에 이미 푸른초원에서 젊은여인의 향기와 함께 공을 날렸을 모습을 상상하니, 아직도 고운 주름진 얼굴과 은빛 머리칼 뒤로 인생의 무상이 슬펐다.
진작부터 골프가 붐을 이루고 있는 한국도 해마다 골프장은 늘어나고 해외 골프여행은 장사진이라는데, 한편에서는 생활고와 기타의 비관자살이 하루 평균 수십명이라니, 나라가 작아서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보이는 탓 도 있겠지만 어쩐지 철이 안든 형제의 분수 없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불안한 마음이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 고 하는데, 있는 사람이 무슨죄냐? 하겠지만, 문제는 붐이라는데 있다. 유행의 바람이 불면 온 나라가 들썩거릴정도로 쏠려서, 형편이 안되는 사람까지도 휩쓸리다가 결국은 압사 당하고 마는 현실이 어이없을뿐이다.
여행에서 만난 어떤 한국여자분은 세계를 두루 다녀봐도 한국만큼 잘사는 나라는 없더라고 야무진 결론을 내렸는데, 그렇게 여러나라를 다니며 견문을 넓혀도 달라지지 않는 그 근시안에 공포마져 느껴졌다. 한국사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것은 아니겠지만, 그 터무니 없는 자만심에서 벗어나 자신을 직시하고, 외국여자들의 검소함과 강인함에서 오는 여유를 흉내라도 내는것에 게으르지 않는다면,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핏줄이 끌리는 어머니의 나라 한국의 장래는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다. 새해에 새 마음으로 다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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