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이 지난 21일 경기에서 보내기번트때 2루에서 홈까지 쇄도, 양키스 캐처 호헤 포사다(오른쪽)의 태그를 피해 슬라이딩 홈인하고 있다. <연합>
‘쿠’데타
뉴욕을 경악시킨 주말 ‘쿠’데타였다.
뉴욕 메츠의 구원투수 구대성이 지난 주말 가히 ‘충격적’인 타격과 주루플레이로 뉴욕팬들의 가슴을 점령(?)해 버렸다. 지금까지 ‘왼손잡이 동양인 구원투수’ 정도로만 막연히 그를 알고 있던 뉴욕 야구팬들이 지난 21일 경기 이후 구대성만 나타나면 “Koo(쿠우)∼’를 연호하느라 정신이 없고 뉴욕타임스, 뉴욕 데일리뉴스, 뉴욕 뉴스데이, 뉴욕포스트 등 뉴욕 언론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구대성 관련기사와 칼럼으로 주말 지면에 도배질을 했다.
아마 모르긴 해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클로저도 아닌 중간계투 구원투수가 이처럼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은 사상 최초일 것이다.
뉴욕언론과 팬들은 왜 이렇게 구대성에 대해 열광할까.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1일 뉴욕 양키스와의 인터리그 ‘서브웨이 시리즈’ 2차전에서 나왔다. 구대성은 메츠가 2-0으로 앞선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양키스의 초특급 좌완투수인 랜디 잔슨으로부터 센터필더 키를 넘기는 통렬한 2루타를 때려냈다.
이보다 며칠 전 생애 첫 메이저리그 타석에서 배터박스에서 최대한 멀찌감치 떨어져 배트를 어깨에 매고 선 채 공 4개가 들어오는 것을 미동도 하지않고 구경한 후 덕아웃으로 돌아온 구대성임을 감안할 때 천하의 ‘빅유닛’ 잔슨을 상대로 2루타를 친 것은 그 자체가 ‘경천동지’할 뉴스. 하지만 구대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음 타자의 보내기 번트 때 양키스 수비의 빈틈을 타 2루에서 홈까지 쇄도해 멋진 슬라이딩으로 간발의 차로 세이프(실제로는 아웃?)돼 승리를 예고하는 쐐기득점을 올려 덕아웃과 셰이스테디엄을 완전히 뒤집어놨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한마디씩 한 동료들의 코멘트만 들어봐도 그 충격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마이크 피아자는 “마치 죽은 척 하는 것처럼 해 우리 모두를 속여넘긴 것 같다.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피아자는 구대성이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동료선수 데이빗 라이트에게 “그가 안타를 친다면 100만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향후 20년간에 걸쳐 상당한 액수로 하겠다”고 한 걸음 물러서는 등 뒷수습에 진땀을 빼야했을 정도니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구대성이 곧이어 더 놀라운 주루플레이로 홈을 파고들자 덕 멘케이비치는 “내 일생에 이런 놀라운 일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윌리 랜돌프 감독은 “모두에게 스윙을 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게 해놓고 완전히 한 건 올렸다”면서 “내일은 대타로 기용하겠다”고 한술 더 뜨기도 했다. 뉴욕데일리뉴스는 “이날 플레이로 뉴욕에는 ‘미스터 구의 신화’가 탄생했다”고 선언했다. 지금 뉴욕에서 구대성을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들을 것같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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