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자 LA타임스 스포츠 섹션은 한민족 고유의 정서인 ‘한’(恨)까지 거론하며 이례적으로 최희섭 선수를 대서특필했다. ‘한의 경로’(The Path)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희섭 선수의 현재 팀내 위치와 성장 가능성, 동료 선수들의 그에 대한 평가 등을 골고루 다뤘다.
미 주류언론이 최희섭 선수에 거는 기대와 희망이 어느 정도로 큰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기사다. 최희섭은 최초의 한인 메이저리그 타자로 지난해 여름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하면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해진 선수다.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해 다저스의 ‘희망’이 ‘절망’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깨끗이 씻어내고 현재 팀 공격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2월16일 한국에서 동계훈련을 마치고 입국한 최희섭은 LA 공항에서 한인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6번 타자로 뛸 수 있는 가능성을 언론에서 제기하고 있지만 클린업 트리오로 꼭 뛰고 싶다.
현재로선 5번 타자가 무난한 목표다”라고 밝혔다. 또한 “LA 다저스가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론 월드시리즈까지 제패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2번 타자로 뛰면서 3번 타자로도 이틀 나섰으니 첫번째 약속을 어느 정도 지킨 셈이다.
시즌 초반 좌완투수가 나오기만 하면 최희섭에게 출전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트레이시 감독 밑에서 즉 풀타임이 아닌 플래툰이라는 제한된 기회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목표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최희섭은 지난 4월2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다저스가 0-1로 뒤진 5회말 1사 만루에서 로키스 선발 제이슨 제닝스의 초구를 통타, 센터펜스를 넘기는 역전 만루홈런으로 6-2로 승리, 3연패의 사슬을 끊었고 5월10일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서도 6-7로 뒤진 6회 2사 1, 2루에서 상대 투수 캐빈 자비스를 맞아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리는 등 고비마다 팀의 승리에 크게 기여하면서 팀내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그러나 그의 활약에 기뻐하기는 아직 이르다. 올스타전이 끝나는 7월부터 시작해 무더위에 지치는 8월을 거쳐 9월의 막판 페넌트 레이스에서 빅초이가 어떤 활약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다저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론 월드 시리즈 제패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달려있다.
실제로 지역 언론들은 “희섭이 살아야 다저스가 산다”는 논조의 기사를 여러 차례에 걸쳐 게재한 바 있다. 그만큼 다저스가 최희섭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다저스가 정교한 타격의 포수 폴 로두카를 플로리다 말린스로 보내고 영입한 선수가 바로 최희섭이기 때문이다.
최희섭은 겸손한 선수다. 무엇인가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듬직한 인상의 선수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타선에서든, 플래툰 시스템으로 출전을 하든 못하든 안정된 스윙과 자세에 역점을 두면서 타격감각을 제대로 익혀 공에 따라 좌전, 우전, 센터 등으로 자유자재로 안타를 날릴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최희섭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점을 강조했다.
현재 다저스는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약간 주춤한 상태이지만 “LA 다저스가 플레이오프를 거쳐 월드시리즈 제패까지 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는 그의 두번째 약속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박흥률 레저스포츠부장 직무대리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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