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료 등 여행비용 다 올라
▶ 21~25일 황금연휴에도 ‘우울’
▶ 저소득층은 휴가 꿈도 못꿔
▶ 할인 큰 ‘크루즈’ 대안 부상
메모리얼데이 연휴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와 항공료 부담이 미국인들의 여름휴가 계획을 흔들고 있다. 메모리얼데이 연휴는 통상 여름 여행 수요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지지만, 올해는 기록적인 이동수요 속에서도 가계별 여행 여력의 차이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전미자동차협회(AAA)는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지는 메모리얼데이 연휴 기간 4,500만명이 집에서 50마일 이상 떨어진 곳으로 여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4,480만명을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메모리얼데이 연휴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자동차 여행객은 3,910만명, 항공 여행객은 366만명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올해 치솟은 여행 비용이다. 통상 자동차 여행이 가장 저렴하지만 올해 메모리얼는 역대급으로 상승한 개솔린 가격으로 그 어느 해보다 재정 부담이 높아졌다.
항공 여행도 예외가 아니다. 이란 전쟁 이후 제트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항공사들은 운임 인상뿐 아니라 수하물 수수료, 좌석 지정료 등 부가 요금 인상으로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유류비 부담을 이유로 1·2번째 위탁수하물 수수료를 각각 10달러 인상하고, 세 번째 수하물 수수료는 50달러 올렸다. 유나이티드항공 승객들이 지불하는 마일당 운임은 1년 전보다 약 20% 높아졌다.
고유가 충격은 이미 인플레이션으로 지친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8% 상승해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에너지 비용이 물가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특히 개솔린 가격은 전월 대비 5.4%, 전년 대비 28.4% 상승해 가계의 체감 물가를 끌어올렸다.
여행 시장은 ‘취소’보다는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인스티튜트는 올해 미국 국내 관광 지출이 숙박·관광·항공 부문에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소득 6만6,000달러 이하 저소득층의 여행 관련 지출은 줄어드는 반면, 중상위 소득층은 여전히 여행 지출을 늘리고 있어 여름휴가에서도 소비 양극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조사에서는 미국인 37%가 올해 여름휴가를 가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비용 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더 저렴한 목적지를 고르거나, 여행 기간을 줄이고, 가까운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당수의 사람들이 여행을 포기하기보다 신용카드 포인트, 항공 마일리지, 호텔 리워드 등을 활용해 비용 부담을 낮추려 한다고 분석한다. 크루즈 여행도 상대적으로 비용 예측이 쉽고 할인 프로모션이 많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AAA는 올해 크루즈 여행객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올해 메모리얼데이 연휴는 미국 소비의 양면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4,500만 명이라는 기록적 이동 수요는 여행 욕구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폭등한 개솔린 가격과 항공사들의 비용 전가는 저소득층의 휴가 선택지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올해 여름휴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짧고, 더 가까우며, 더 계산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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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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