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을 앞두고도 한반도에 드리워 있는 전쟁의 먹구름은 좀처럼 벗겨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는데 오는 26일, 마침내 6자 회담이 열리기로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설사 6자 회담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가까운 시일 안에 북핵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게 갖고 있는 불신감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여러 갈래의 탐색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북한은 체제안정에 대한 확실한 담보와 경제지원과 보상조처를 약속해주기 전에는 핵무기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한 뒤 확실한 검증과 사찰을 받기 전까지는 어떠한 보장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어서 누구도 먼저 행동에 옮기지 않겠다고 버티는 한 그들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하더라도 해결은 난망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계속해 핵 개발의 단계를 높여갈 것이고 미국의 선제공격과 ‘북핵 문제의 UN 안보리 행’도 더욱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될 때 한반도의 전쟁위기설은 결코 가상이 아닐 수도 있어 보인다.
누가 막아야 하는가? 힘센 자가 먼저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 시대의 강자는 단연 미국이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에 대하여 그것을 호소하고 주장하여야 한다. 북한은 지금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에 대한 적대감정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지난 2002년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유화적인 친서가 있었음에도 이를 묵살함으로써 북핵문제를 장기화시키고 말았다고 돈 오버도피교수와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밝힌 적이 있다.
이제 미국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점에서는 한국정부만이 아니라 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봐야한다.
미국에서 살아가자면 모든 사람들이 친미주의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먼저 이민 온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되는 정서적으로도 그러하거니와 9.11 이후 미국에 불어닥친 애국행렬 속에서 제도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도 이민자들은 친미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만일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에 균열이 생겼을 때 재미동포사회에 밀어닥칠 불이익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요즘 재미동포들은 부쩍 제2차 세계대전 때 12만 명에 이르는 일본인들이 수용소에 감금되었던 일을 기억해내곤 한다.
한미동맹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익이 한국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미국에 있어서 한국문제는 단지 동북아시아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벌이게 될 때 남한이라고 평온할 수 없고 남한에서 옮겨온 이민자들과 북한인을 구분해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한국정부가 한때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한반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교적으로 미, 일 일변도를 벗어나 중국의 활용비중을 높이며 독자적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었는데 미국과 국내 보수주의자들의 반대로 지금은 수면 아래로 잠복해 버리고 말았다.
자주가 반미가 아니라는 점과 경제력과 국방력이 그 역할을 수행하는데 반드시 필수요건이 아니라는 점을 홍보하는데 한국정부는 실패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땅에 살고 있는 재미동포들이 한국과 미국,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 땅에 살기 위해 친미주의자로 남아 있으면서 또 우리가 떠나온 조국을 배반할 수 없는 영원한 친한주의자로서 균형 있는 감각을 되찾을 때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의 ‘윈윈 작전’이다. 재미동포들에 의한 광범위한 평화운동이 펼쳐져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용현
한미평화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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