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년여의 교착상태 후 북한은 7월 말경 6자 회담에 복귀할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이 회담에 복귀한다고 해서 합의가 쉽게 얻어지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예전처럼 북한과 미국이 자국의 입장만을 강조하는 불협화음의 장으로 끝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현존하는 핵무기를 이양하고 플루토늄 제조 설비를 해체할 뿐 아니라 고농축 우라늄에 대한 사찰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반면,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에 대해서는 문서로 된 보장을 해줄 수 있다고 언급한 정도였다.
북한은 이러한 정도의 안전보장과 자신의 완전한 핵 폐기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완전한 핵 폐기에 대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전보장은 북미간 외교 정상화나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정도의 구체적이고 확실한 보장이어야 한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실제로 최악인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외교 정상화를 실현하는 것을 꺼릴 것으로 예상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은 주한미군 주둔의 정당성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두 가지 다 운영의 유 연성을 살린다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한국과 중국은 부시 행정부에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제의를 더 개선하라고 요구해왔으나 부시행정부는 이를 계속 거부하고 2004년 6월 제시했던 인센티브 이상의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적 노력은 중국과 한국, 일본 등 관계국들을 자신의 대북 강경 입장을 지지하게 하는 쪽에 둘 뿐, 상호 양보를 통해 진실로 합의에 이르려는 의지는 별로 없었다. 부시 행정부의 보수적 관료들은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병든 북한이 스스로 무릎 꿇길 내심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7월말의 회담에서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이 북한의 핵 폐기에 상응하는 구체적이고 믿을만한 안전보장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도 몇 십년 간 개발해온 값싸고 효율적인 안전보장 장치인 핵무기를 결코 호락호락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확실한 안전보장 없이 확실한 핵 폐기를 할 수 없다는 분명한 명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행정부가 일방적 대북 강경책만을 고집한다면 중국과 한국이 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에 보유 핵무기 수를 늘려줄 뿐이며 장차 동북아 군비경쟁을 부추길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은 부시행정부가 북한이 받아들일 만한 구체적인 안전보장을 제시하도록 회담이 끝날 때까지 설득하고 압력을 가해야 한다.
부시행정부의 합리적 안전보장의 제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완전한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야심으로 이를 거부한다면 이제는 한국과 중국이 한 목소리로 북한에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회유하고 압박해야 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더 이상의 당근은 없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온 마당에 이번 6자회담에서 미국이 외교정상화나 평화협정을 제시하리라고 보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며 따라서 난항이 예상된다. 반드시 합의를 얻고자 한다면 그 방법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조금 불만족스러운 안전보장을 상쇄할 대규모 경제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제시하는 합의 후 대북 마샬 플랜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만한 것이며 일본이나 중국도 이에 동참할 것이다. 이것은 무조건 퍼주기 식의 대가없는 낭비가 아니라 북한을 개방시켜 민주화와 인권 상황의 개선을 촉진시킬 뿐 아니라 한국으로 하여금 북한 경제를 조정하는 수단을 갖게 하여 한국의 대북 영향력은 이전보다 훨씬 커지게 될 것이며,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다자간 틀 안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시작하는 첫 단계가 될 것이다.
유 철
USC 정치학과 한국프로젝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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