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 파문] 왜 洪대사가 삼성 일에 나섰나
洪 대사-李회장 처남·매부 사이
계열분리후에도 ‘특수관계’ 의혹
1997년 대선 당시 정계ㆍ재계ㆍ언론계 핵심 인사들을 불법 도청한 ‘X파일’ 사건의 주인공인 삼성그룹과 중앙일보의 관계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안기부 문건에 따르면 홍석현 주미 대사(당시 중앙일보 사장)는 언론의 막강한 정보력과 용이한 접근성을 무기 삼아 정치권과 삼성의 중간에 서서 메신저 역할을 했다.
홍 대사는 특히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당시 그룹 비서실장)과 정치자금 액수 및 전달 방법을 논의하고, 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 문제를 놓고 정치권과의 중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삼성과 중앙일보가 하나같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민감한 사안에 대해 속내를 드러내고 논의할 수 있었던 것은 둘 사이가 그만큼 특수관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97년 당시 중湛瞿릿?삼성그룹의 계열사였다. 중앙일보의 이익은 바로 삼성의 이익과 일치했다는 얘기다.
네티즌들도 안기부의 불법도청과 대기업의 정치자금 제공 문제를 떠나 삼성과 중앙일보의 유착 행태를 집중 성토하고 있다. 안기부 도청 자료는 정ㆍ경ㆍ언 유착의 실태는 물론 금권을 이용해 정권을 만들어 내려는 일부 언론의 치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비난이다.
홍 대사가 기아차 인수와 관련, “삼성의 복안을 당당하게 밝혀 공론화 시키면 자기(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당내 정책위에 검토시켜 가능한 한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이 본부장에게 언급한 대목은 정치자금을 빙자한 ‘대가성 있는 뇌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1965년 창간한 중앙일보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만든 언론사다. 이 전 회장은 창간 당시 사장을 맡았고 부사장에는 나중에 중앙일보 회장에 오른 홍진기씨를 앉혔다. 이 전 회장의 3남인 이건희 삼성 회장과 홍 전 회장의 장녀 홍라희 여사가 결혼, 두 집안은 사돈이 됐다. 홍 대사는 홍 전 회장의 장남으로 이건희 회장과는 처남 매부 사이다. 홍 대사는 86년 삼성코닝 상무를 지낸 ‘삼성맨’ 이며 이건희 회장도 68년 중앙일보 이사를 역임하는 등 인연이 각별하다.
중앙일보는 99년 4월 삼성에서 계열분리 됐다. 지분 구조도 홍 대사 36.79%, 유민문화재단 19.99%, 제일제당 33% 등으로 삼성과 큰 관련이 없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중앙일보가 법적으로 계열분리 됐다고 해서 삼성과의 특수관계마저 끝났다고 보는 이는 드물다”며 “홍 대사가 중앙일보의 대주주로 남아 있는 한 삼성 관련 보도의 공정성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종수 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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