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초이’ 최희섭(25·LA 다저스)이 차라리 트레이드 됐으면 좋겠다. 눈앞에서 썩느니 다른 데를 가서라도 훨훨 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최희섭은 지난 6월10일서부터 4경기에 걸쳐 13타수 7홈런을 날리며 보여줬듯이 파워가 엄청난 기대주다. 하지만 LA에 잘못 온 것 같다. LA에서는 기회다운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희섭이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LA로 처음 트레이드 됐을 때는 다저스테디엄에만 가면 그 늠름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하지만 이제는 최희섭이 제대로 못 크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그 전에 최희섭과 유니폼을 바꿔 입은 데릭 리가 현재 시카고 컵스에서 3관왕을 쫓고 있는 것을 보면 더 짜증이 난다. 최희섭의 성장을 막고 있는 듯한 짐 트레이시 다저스 감독에 대한 불만만 더 쌓여간다.
트레이시는 사실 다저스에서 지난 4년간 전력 이상의 성적을 뽑아낸 전술이 뛰어난 감독이다. 작년에는 다저스에 9년만의 첫 디비전 타이틀을 안겨줬고, 현재 메이저리그 지휘봉을 잡고 있는 감독 30명 중에 첫 4년간 더 좋은 승률(54.9%)을 올린 감독은 펠리페 알루(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55.8%)밖에 없다. 별 볼일 없는 라인업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사령탑으로 ‘올해의 감독’ 투표에서도 지난해에는 3위, 2002년에는 4위, 2001년에는 2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금도 트레이시가 나쁜 감독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오늘 당장 경기의 승리는 트레이시에 맡겨볼 만하다. 하지만 어린 선수를 키우는데는 별로 좋은 ‘지도자’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베테런 선수들을 잘 구슬려 전력 이상의 성적을 뽑아낼지언정 팀의 장래를 짊어질 어린 선수의 성장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최희섭뿐만 아니라 24세짜리 2루수 안토니오 페레스는 시즌 타율이 3할이 넘는데도 지난 15일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뒤로는 주로 대타로만 나오고 있다. 또 대만인 외야수 첸칭펭은 트레이시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한 채 어느새 28세가 다 됐다.
구단주와 단장이 텍사스 레인저스로 떠난 박찬호와 같은 ‘흥행카드’로 최희섭을 좋아하는 반면 당장 성적을 올려야 하는 감독은 최희섭을 키울 만한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폴 디포데스타 단장이 작년 트레이시 감독의 허락(?)을 안 받고 최희섭을 영입했다면 지금 최희섭이 겪고 있는 것이 단장과 감독간의 신경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최희섭이 기회만 주면 대성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뛰지 않고 실력이 느는 선수는 없다.
이규태
레저스포츠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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