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안기부 도청문건인 X파일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변수의 등장으로 199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 모두 겨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 X파일에 담긴 홍석현 주미대사와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본부장간 대화에서 삼성측이 이회창 전 신한국당 총재 등 신한국당 대권 예비 후보들에게 대선을 앞두고 거액을 제공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는 당시 여권을 표적으로 삼는 듯 했다.
특히 이회창 전 총재는 삼성의 기아차 인수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의심할 만한 내용이 X파일에 담겨 있다는 보도 이후 참여연대가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그를 고발하면서 이번 수사의 핵심 대상 인물로 부각되기도 했다.
삼성측이 이 전 총재 외에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당 정치인들에게 5억원을 주기로 했다는 도청내용은 X파일의 불똥이 당시 신한국당 대선후보군 전체로 확산될 것임을 예고케 했다.
그러나 최근 X파일의 홍 대사와 이 본부장간 대화에서 삼성의 기아차 인수를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인사가 당시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 방향이 급선회하게 됐다.
당시 여당은 물론, 야당 대통령 후보도 X파일 수사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된 것이다.
검찰은 도청 테이프를 재분석한 MBC가 27일 삼성의 기아차 인수지원을 당 정책위에서 검토하겠다는 등 언급을 하며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힌 것으로 언급된 인물이 이 전 총재가 아니라 김 전 대통령이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대가로 기아자동차 인수를 지원키로 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특가법상 뇌물죄에 해당돼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어떤 형식으로든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검찰은 X파일을 언론에 제공한 박씨를 이날 긴급체포하는 등 도청자료의 제작 및 유출 수사를 우선과제로 삼고 있어 도청자료의 내용에 대한 수사는 언제쯤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종빈 검찰총장도 이날 도청자료 제작 및 유포부분에 대한 수사가 끝난 뒤 도청자료 내용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말해 불법자금 살포 및 뇌물수수 의혹 수사는 일단 후순위로 밀려날 것임을 짐작케 했다.
더욱이 검찰은 불법적으로 취득한 도청자료에 근거한 수사의 적법성 문제를 두고 깊은 법리검토를 벌이고 있어 불법자금 제공설에 대한 수사는 자칫 유아무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검찰 수사가 주목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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