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국에서는 지역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 공동체 활동을 통하여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지역의 현안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주민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주택단지 앞의 쓰레기 문제로부터 시작되는 환경문제, 소음,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문제, 청소년의 탈선 및 성 문제, 마약, 각종 범죄 등 우리들의 생활과 관련된 각종 문제들을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봉사로 해결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주택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주민들이 공동체 운동을 통해 자신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동체 활동을 우리의 선조들은 오래 전부터 실행해 오고 있었다. 향약, 계, 두레 등이다.
향약은 이조시대 때 그 지방의 자치적인 질서유지와 상호협조 등을 위한 마을 주민간의 약속이다. 한마을 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자는 공동체적 상호규제의 내용, 즉 자치규약을 뜻한다. 도덕적 질서를 확립하고 미풍양속을 진작시키며 각종 재난을 당했을 때 상부상조하기 위한 규약이라고 할 수 있다.
향약조문의 주요골자를 살펴보면, 자제들을 잘 가르치고, 하인을 잘 제어하며,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여 시행하고, 친한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며, 사귈 사람을 잘 선택해야 한다. 또한 윗사람을 모시고, 청렴과 절개를 지키며, 남의 어려운 일을 잘 구해주고, 다른 사람의 과실을 규제하며, 의로운 일을 하고, 해로운 일을 없애며, 관직에 있으면 그 직분을 잘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 계는 ‘모인다’의 뜻으로 여러 사람이 어떤 일을 같이 하려고 함께 모이는 것을 말한다. 삼한시대부터 공동행사의 하나로 상호부조라는 주된 목적 아래 취미 또는 생활양식의 공통분야에서 공동유희, 제례 등이 성행하였다. 마을 공공시설의 보수, 유지를 계를 통해 했고 남의 논밭 경계를 침범하는 자, 관개수로를 훔친 자, 게을러서 양전을 썩힌 자 등은 처벌되었고 산림도 마을의 공유재산으로 인정하여 공동으로 관리하였으며 기타 영농상, 생활상의 분쟁을 조정 해결하였다. 도난을 당하거나 병에 걸리면 계에서 돌보았으며 심지어 과년한 처녀, 총각의 혼사문제까지 주선하는 등 마을은 흡사 대가족과 같았다.
수해나 가뭄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마을의 안전과 농지에 피해가 있을 때면 계의 규약에 따라서 공동작업을 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자연부락의 공동체적 연대와 성원으로서 소속감을 가지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두레는 바쁜 일손을 서로 도와가며 일을 할 수 있게 조직한 자발적인 상부상협력체를 일컫는다. 농촌에서 서로 협력하여 공동작업을 하는 풍습, 또는 이를 위하여 부락이나 그 단위로 구성한 공동작업 조직을 말한다.
두레 공동체의 특징은 이에 참가하는 성원들이 자신들의 삶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서로 돕는다는 데 있다. 조선왕조의 농사일을 예로 들면, 마을 내의 과부나 병약자의 가족들은 두레에 일꾼을 내거나 두레 성원들에게 보상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레는 이러한 과부나 병약자의 가족에 대하여 무상으로 모를 심어주거나 김을 매어 공동부조를 해 주었다. 이와 같이 두레는 마을 전체에 대하여 공동 부조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였다.
아득한 삼한시대부터 조선왕조 말에 이르기까지 두레의 공동체적 상부상조와 공동부조의 전통은 한국사회에 강력하게 존속함으로써 한국인들의 삶 속에서 강한 공동체적 유대의 틀로 기능하게 되었다.
공동체 정신은 세기가 바뀌어도 어느 사회에서나 필요한 생활양식의 한 축이 되고 있다. 향약 등은 우리의 조상들의 지혜가 얼마나 현명했는가를 깨닫게 해주는 좋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 사회에서, 잊혀져 가는 우리 고유의 공동체 활동을 되새기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곽 도
한국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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