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출세하고 성공하려면 줄을 잘 서야 되고 든든한 빽이 있어야 된다고 한다. 어느 학교를 나오고, 어떤 선후배를 알고, 어떤 인맥이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출세가 좌우된다고 한다.
미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지금 부시 행정부를 보아도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실력이 특출한 것은 물론이지만 무엇보다도 줄을 잘 선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아버지 부시 때부터 공화당과 정부를 위해 헌신적인 지원과 노력을 기울인 이들이다.
미국에서 제일 줄을 잘 서고 빽이 든든한 이들 중 하나가 유대인들이다. 그들은 백인처럼 생겼지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전 세계에서 역사적으로 많은 박해를 받았고 아직도 미국에서 유대인들을 보는 시선이 항상 곱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 사회, 문화, 정치적으로 가장 성공한 민족이라는 점을 부인 할 수 없다. 성공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은 투자를 현명하게 한다는데 있다. 그들의 투자철학은 가치가 있을 때 미리 미리 투자해 놓아 장기적으로 큰 수확을 얻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의 자녀교육 열정에도 볼 수 있다. 아주 어려서부터 민족의 긍지와 종교를 가르치고 철저하게 교육을 시킨다. 작은 어린이가 이 나라의 미래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땅과 재산도 가장 쌀 때만 사들인다. 정치에서도 그렇다. 정치인들이 큰 직위에 당선되거나 임명되기 이전부터 투자하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그 정치인들이 크게 되었을 때 그들은 자기 민족의 권리와 이익을 요구하고 그 정치인들은 이스라엘과 유대인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유대인 커뮤니티에서는 댄 버튼 연방 하원의원을 위해 정치 자금 모금을 하고 있는 중이다. 버튼 의원이 몇 년 뒤 뽑게 되는 하원 국제 관계 위원회(International Relations Committee) 의장으로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미 정치인들은 자기 선거를 위해 누가 발벗고 뛰어주었으며 많은 자금으로 도와주었는지 보고 그들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인다. 1인당 몇 백 달러 정도씩 해 수십 명 만 모아놓고 부르면 웬만한 정치인은 다 온다. 몇 만 달러를 모아주고 나중에 그 수십 배, 수백 배 이익이 나는 장사를 하는 것이다.
한인 사회에서도 이제는 이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이런 유대인식 정치 캠페인은 아직 먹혀들지 않는다. 소위 한인 사회 유지라는 사람들에게 이런 취지를 이야기하고 돈을 달라면 “그렇게 하면 나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가”를 먼저 묻는다.
유력한 미국 정치인과 관계를 맺어 두면 장차 한인 사회와 한국과 관한 정책을 펼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란 점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아직도 이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집이나 사무실에 전시함으로써 “내가 이런 유명 인사와 교분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A를 비롯한 미주 한인 사회는 지난 수십 년 간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했다. 그러나 돈이 많아도 미국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과 이슈에 관해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려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주인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손님에 불과하면 미국인들로부터 인정을 받지도 못한다. 한인들은 타고난 부지런함과 이재 수완으로 ‘동양의 유대인’이란 별명을 얻고 있지만 아직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우리 한인도 한인 사회와 또 한국에 유리한 정책을 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들과 미리미리 유대 관계를 맺고 일찍부터 줄을 서는 게 중요하다. 선거 당락이 거의 결정된 무렵에나 몰려서 도울 것이 아니라 멀리보고 준비하면서 정치계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고한 한국의 한 재벌 총수가 한말이 생각난다. 미리미리 해야 싸게 먹힌다. 한인들도 이제는 나 한 몸의 이익을 넘어 한인 사회 전체의 앞날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찰스 한
한미 공화당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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