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베스트] ‘반원상징-원시조’ ‘토종-외화’ 비교속 불분명한 색깔·황당 무공에 초반 부진
MBC 대하 사극 ‘신돈’(극본 정하연ㆍ연출 김진민)과 KBS 1TV 외화 시리즈 ‘칭기즈칸’의 맞대결이 ‘아이러니’한 결과로 이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돈’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칭기즈칸’의 우세라는 예상 밖의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칭기즈칸과 신돈은 고려사에 있어 외침과 극복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지닌 인물. 결국 ‘칭기즈칸’과 ‘신돈’은 고려 후반기 100여년의 세월을 邱黎綏?몰아 넣은 원나라의 시조 칭기즈칸과 반원자주정책의 핵심 인물인 신돈을 각각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대립을 보이는 작품들이다.
게다가 ‘신돈’은 오픈 세트 제작에만 110억원(부지 비용 제외)을 투입하고 순제작비 규모도 100억원에 달할 정도의 대작. ‘내 이름은 김삼순’과 ‘굳세어라 금순아’로 상반기 안방극장을 석권한 MBC가 하반기 대표작으로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이에 비해 총수입가 2억원에 못 미치는 ‘칭기즈칸’은 대하 드라마를 기획중이던 KBS가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땜질’ 편성한 작품이다.
역사적 배경이나 비용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신돈’은 이겨도 본전인 상황이지만 좀처럼 ‘칭기즈칸’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신돈’은 9월 24일 첫 방송 이래 9~10%대 시청률을 기록해 꾸준히 12%대 시청률을 기록중인 ‘칭기즈칸’에 밀리고 있다.
‘신돈’의 초반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색깔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실존 역사를 다룬 정통 사극임에도 퓨전 사극의 스타일을 강하게 띄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쉽게 파고 들지 못하고 있다.
타이틀롤 신돈 역의 손창민 또한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대사톤과 표정 연기로 공감을 잃고 있는 상황. 하늘을 훨훨 나는 수준의 신비로운 무공은 ‘황당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희대의 요승 신돈을 민족 자주의 화신으로 역사적 재해석을 추구하던 제작진의 시도가 지나친 영웅화로 이어지며 허무맹랑한 결과를 낳고 있다.
반면 ‘칭기즈칸’은 방송 전 칭기즈칸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시청자 관심을 유도하는 등 치밀한 마케팅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국내 방송을 통해 소개된 적이 없는 칭기즈칸에 대한 관심을 고스란히 시청률로 옮기는데 성공한 것. 2000년 이후 방영된 외화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신돈’ 제작진은 신돈과 공민왕의 만남과 노국공주의 등장 등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면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신돈’과 ‘칭기즈칸’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방송가에 시사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
/이동현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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