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스카 조 교수 영문판 ‘갈망하는 모든 것’ 펴내
특이한 전력 때문인가. 만해 한용운의 시는 어렵다. 사상가, 독립운동가, 종교인, 시인이자 작가가 만해를 설명하는 수식어다. 같은 시를 두고도 연애 감정, 조국애, 불교사상 등 읽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는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다.
영어 번역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만해의 사상과 당시 시대상을 모르면 그의 시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가운데 “만해를 모르는 미국인과 영어권 독자들에게 그의 시가 역동적이고 아름답게 읽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미국의 한인교수가 있다.
프렌치스카 조(44·조지타운대 종교학과) 교수가 바로 주인공. 그는 만해의 시들을 영역해 ‘갈망하는 모든 것’(Everything yeared for)이란 영시집으로 펴냈다. 그녀의 노작은 지난달 30일 워싱턴 포스트에 소개되기도 했다.
조 교수는 단순한 시 번역에만 그치지 않았다. ‘님의 침묵’과 같은 시는 아름다울 뿐더러 한국인들에게 시대를 음미하는 날카로운 풍유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만해 시가 왜 중요한지 설명해 주는 평론을 더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다 넓고 깊게 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가 처음 만해의 시집을 접한 것은 2000년. 1992년 시카고대에서 한국불교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중국과 한국 불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던 차였다. “만해가 불교 승려였기 에 관심이 갔다. 시를 읽을수록 제대로 된 영어번역이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하나 둘 시를 번역하다보니 어느새 시집 전체를 하게 됐다.”
작업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Ronsdale Press란 출판사에서 김재현(Jaihiun Kim)·로널드 헤치(Ronald Hatch)가 번역한 ‘님의 침묵’(Love’s Silence) 을 먼저 내놓았던 것. 하지만 그 번역도 마음에 차지 않아던 조 교수는 ‘만해의 시에 담긴 사상을 보다 정확히 풀어내겠다’는 욕심에 2003년 작업을 재개했다.
출판 과정도 쉽지 않았다. “책을 내려고 출판사를 찾아갔지만 가는 곳마다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다. 운 좋게 Wisdom Publications사가 출판에 동의해 간신히 책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본보와의 전화에서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책이지만 학계의 반응이 좋다. 로버트 하스, 로버트 핀스키등 미국 계관시인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 한국학 교수이자 작년 만해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멕켄은 “만해 시의 철학적이고 신비로운 면이 잘 표현됐다. 만해의 뛰어난 작품을 정확하게 번역하는 데 성공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조 교수는 “현재 불교와 현대과학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문학과 직접 연관은 없다. 하지만 이 작업이 끝나면 이번에는 만해의 수필을 번역하고 싶다”며 끝없는‘만해 욕심’을 내비쳤다.
영문판 만해시집 ‘갈망하는 모든 것’(Everything yeared for)의 저자 프렌치스카 조 교수와 책 표지.
<박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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