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와 리경숙은 남과 북의 뛰어난 가수들이다. 가끔 출근길 차 속에서 이들의 노래를 들으면 남북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로커 마야는 팔색조다. 그녀의 리메이크 CD는 랩에서 발라드까지 소화해내지 못하는 곡이 없다. ‘독도는 우리 땅’에서‘못다 핀 꽃 한송이’에 이르기까지 남의 마야는 노래 속에서 당돌할 정도로 자유롭다.
북의 리경숙은 꾀꼬리라고 할 만하다. 그녀의 목소리는 CD 케이스에 실린 한복 입은 모습처럼 아름답다. 북의 이 정상급 여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그러나 모두‘우리 XXX 동지’혹은 ‘XXX 장군님’찬송이다. CD 한 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식이니‘못 참겠다 꾀꼬리’라는 소리가 나올 만 하다.
두 가수의 CD는 얼마 전 평양과 서울에서 한 장씩 사왔다. 북한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만 10년만에 다시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주변에서 지난 10년새 북한이 얼마나 변했는지 묻는 이들이 많다.
10년 세월이니 북한에 변한 것도 많다. 이번에는 평양의 고려호텔 1층 찻집에서 ‘선생님께 사랑을(To Sir with Love)’이라는 흘러간 팝송을 들었다. 외국인 상대 호텔이고, 경음악이긴 했지만 10년 전에는 생각 못했던 일이다.
고려항공의 기내식도 변화가 컸다. 베이징-평양은 비행시간 1시간20분의 짧은 구간이지만 비프 스튜, 오스트리아산 딸기잼, 뉴질랜드산 버터, 잘 구워진 빵과 맛있는 후식 과일 등 풀 코스 기내식이 나왔다. 10년 전의 삶은 계란이나 카스테라와 좋은 비교가 됐다. 무엇보다 커피가 제공됐다. 커피는 평양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때는 열흘 가까운 체류 기간 중 딱 한번 커피 구경을 했었다.
접대원들의 미모는? 이제는 상당히 수수해졌다. ‘북부조국 방문단’일행이 10년 전 식당, 상점, 유적지 등에서 만난 안내 여성은 대부분 일류 미인들이었다. 지금은 보통 정도의 미모에 때로 펑퍼짐한 얼굴도 있어 오히려 친근감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해외 동포를 대하는 눈빛에서 호기심 등의 특별한 감정이 사라졌다.
사진 찍기는 전 보다 훨씬 나빠졌다. 그 때는 사진기를 갖다 대면 애써 무관심한 척 하거나, 싫어도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왜 찍습니까?” 라는 항의가 나오고, 안내원도 사진촬영을 극력 말렸다. 동의받지 않은 사진촬영은 어디서나 무례한 일이다. 북의 동포들이 정상을 되찾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크게 바뀐 것 중 하나는‘미제의 각을 뜨자’는 등의 극단적인 적대 구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화제가 됐던 매머드 집단 공연 ‘아리랑’은 원래 북의 국내용으로 기획된 것이다. 카드 섹션 구호등을 보면 선전선동의 현 주소를 읽을 수 있는데‘통일된 조국을 후손에 물려주자’‘조선은 하나다’등의 톤이 대종을 이뤘다.
체제를 유지하는 동력을 적대감등 부정적 에너지 보다 체제 수호나 자랑 등 긍정적인 에너지에 더 많이 기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퍼주기 저자세 남북관계라는 비난도 있지만 5년전 DJ의 역사적 방북으로 이뤄진 6.15선언과 뒤이은 후속조처들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것은? 오히려 더 기를 쓰고 매달려 있는 것은 김 부자 우상화였다. 북에서의 모든 일상 생활은 그 속에 녹아져 있었다.‘태초에 김일성 동지가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말한다면 누구도 이 말이 사실이 아닌 줄은 알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그건 거짓말이야”라고 말할 것 같지 않은 분위기-. 북의 동포들은 그런 현실 속에서 살고 있었다.
안상호 부국장·특집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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