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야채 수확기를 맞았으나 추수할 일꾼이 태부족이다. 농장주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합법체류자건 불법체류자건 일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임피리얼 밸리 동부지역에서 애리조나 유마 카운티에 이르는 지역에는 상추, 브라컬리, 양배추 등 야채들이 추수할 손을 기다리고 있다. 약 5만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겨우 절반 정도만 확보된 상태다. LA타임스가 이러한 일손 부족 현황을 소개했다.
농가들 ‘손님 노동자 프로그램’ 절실 주장
가주-애리조나, 필요인력 5만명 중 절반 확보
임피리얼 밸리 농장 300명 구인에 1명 지원
수확 못하면 겨울에 모두 썩을까 전전긍긍
임금 올려줘도 힘들고 단속 심해 일손 태부족
만일 야채를 제때 수확하지 않으면 1월에는 썩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농부들은 일손 부족을 국경지대 순찰 강화와 함께 일꾼들이 육체적으로 덜 힘든 일을 찾아 떠나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한다. 일반 소비자들은 아직 이러한 현상이 직접적인 여파를 경험하지 않고 있지만 수확 감소는 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이고 아울러 포장, 운송, 장비업계가 순차적으로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손 부족 현상은 겨울 수확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시사철 일꾼이 부족하다. 그래서 소위 효율적인 ‘손님 노동자’(guest worker) 프로그램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미국 땅에 합법적으로 들어와 주어진 기간 일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농부들을 중심으로 한 로비그룹이 손님 노동자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어떠한 형태이든 손님 노동자 프로그램은 불법체류자에게 특혜를 준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세력의 저항에 부닥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는 최소 630만명의 불법체류자들이 있다. 그리고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 80%가 불법체류자로 알려져 있다. 건설, 카지노 및 호텔 업계에도 불법체류자들이 수두룩하다.
현재 애리조나 출신 두 상원의원의 의견도 갈린다. 존 킬 의원은 현재 미국에 있는 불법체류자들은 일단 모국으로 돌아간 뒤 현지에서 손님 노동자 프로그램에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존 매케인 의원은 불법체류자라도 미국에서 손님 노동자 프로그램에 신청할 수 있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면 영주권자는 물론 시민권자도 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노동자가 없자 농장들은 임금을 인상하는 수밖에 없다. 임피리얼 밸리의 농장주 베시는 시간당 임금을 10~12달러로 인상했다. 건설 분야의 임금과 맞먹는다. 그리고 일주일을 열심히 일하면 일당 50달러 보너스로 지급한다. 7일 내내 일하면 임금 외에 보너스 350달러를 받게 된다.
캘리포니아의 농장에서는 실력이 좋은 일꾼은 시간당 15달러를 받는다. 상당수 노동자들은 의료보험은 물론이고 다른 베니핏도 받는다. 그러나 농장주의 입장에서는 무한정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를 좋게 할 수만도 없다. 외국과의 경쟁이 그 한 이유이고 다른 이유는 대량 구매가 잦아져 가격 협상력이 그만큼 약화되고 있어 수익성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장주가 임금을 조금 더 지불한다고 해도 과연 일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꺼리는 직종이 돼버린 것이다. 베시의 임피리얼 밸리 농장은 최근 300의 구인광고를 냈는데 단 한명만이 찾아왔다가 반나절만에 떠나버렸다. 임피리얼 밸리는 실업률이 17.6%로 높은 편이다. 실업자가 1만1,400명이나 된다. 그런데도 농장 일은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농가 출신의 젊은이들은 가업을 잇기보다 대도시로 나가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게 보편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일손이 부족한 데다 농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완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님 노동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게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불법체류자들에게 일자리를 합법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삼키기 어려운 아이디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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