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이명희씨.
OC서 부동산업 이명희씨 부부·딸
맘모스 레이크 가던중 트럭과 충돌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가족 휴가에 나선 한인 일가족 3명이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참변이 발생했다.
지난 24일 오전 11시45분께 모하비 사막 지역을 지나는 US 395번 하이웨이 남쪽방면 차이나 레이크 인근 출구에서 이희진(23·여)씨가 운전하던 2005년형 BMW SUV가 중앙선을 침범해 앞 차량들을 추월하던 중 마주 오던 포드 픽업트럭과 정면 충돌하며 불길에 휩싸였다.
이 사고로 BMW에 타고 있던 운전자 이씨와 이씨의 아버지 이중곤(58), 어머니 이명희(55)씨가 현장에서 숨지고, 픽업 트럭 운전사 제프리 노박(51·리치크레스트)이 중상을 입었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순찰대 비숍-모하비 사무실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직후 목격자들이 화염에 휩싸인 자동차 2대 모두에서 탑승객들을 구해내려고 노력했지만 이씨의 SUV가 중장비 없이는 사람을 꺼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일그러져 실패했다. 목격자들에 의해 구출된 픽업 트럭 운전사는 출동한 헬기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중태다.
어머니 이씨와 함께 오렌지카운티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씨는 이날 맘모스 레이크의 휴양지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식구들끼리 보내기 위해 이동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차선이 양방면에 하나씩밖에 없는 왕복 일차선 도로”라며 “SUV 운전자가 마침 정체 현상으로 서행하는 차량들을 앞지르기 위해 시속 60∼75마일의 속도로 중앙선을 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경찰 관계자는 “사고 발생 당일 날씨가 상당히 좋았다”며 “도로면 사정, 날씨 등은 사고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고발생 지점은 맘모스 레이크 인근 스키장을 찾는 한인 등 행락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도로로 갑자기 좁아지는 도로 폭에 비해 주행하는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아 사고 위험이 상존해 왔다. 경찰은 목격자들의 진술 및 사고발생 정황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발생 경위를 재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연말 갑작스런 비보를 접한 이씨의 식구들은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백만달러’유능한 브로커
교통사고 숨진 한인 이명희씨
연말연시를 맞아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교통법규 준수, 서행운전’이라는 상식선의 안전의식 준수가 절실하다.
한인 일가족 3명이 숨진 크리스마스 이브 교통사고를 계기로 스키 여행길에 나선 한인들은 미끄러운 눈길만 조심할 것이 아니라 오고가는 모든 여정에서 긴장을 놓치지 않도록 요구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US395 하이웨이는 맘모스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로. 경찰에 따르면 눈 쌓인 빙판길 미끄럼사고를 피하기 위해 조심하던 운전자들이 사막 지대인 이곳에만 접어들면 마음을 놓고 과속한다.
좁은 도로 폭에도 아랑곳 않고 속력을 내고, 또 중앙선을 침범해 서행하는 앞 차량을 추월하려다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항상 내재한 곳이란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산간, 사막 등 지역에 상관없이 자동차 운전 때는 항상 긴장하고 조심하는 안전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이명희(55)씨는 부동산 브로커로서 백만달러 클럽에 가입할 정도로 유능했던 것으로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캘리포니아 브로커 네트워크(CBN) 소속으로 독자적으로 활동해왔던 이씨는 주변 브로커들 사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헌팅턴 비치 사무실에서 함께 일했던 짐 라르킨은 “불과 몇 일 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라르킨은 “5년 이상 함께 일하는 동안 한번도 남과 다투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누구에게나 늘 친절했다”고 이씨를 기억했다.
<김경원·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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