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칼럼에서 대박을 터뜨리려는 열망이 황우석씨로 하여금 논문조작의 사기행각을 밟게 만든 것 같다고 쓴 적이 있었다. 또 한 건으로, 그것도 빨리빨리 무리를 해서라도 대박을 터뜨리려는 사회분위기의 문제도 거론했다.
미국도 로토 열기가 대단하지만 한국 같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한번 복권에 당선되면 일생을 편안히 놀고먹을 수 있다는 요행심 때문에 어린아이들의 우유 값을 축내면서 복권판매소 앞에 서있는 빈곤층 엄마들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심하지는 않다. 한국 사회분위기 전체가 요행심에 들떠 있다면 지나친 이야기인가.
‘올인’이라는 표현의 유행이 시사하는 바 크다. 예를 들면 결과적으로는 지켜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1월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에 올인 하겠다는 약속이 있다. 노 대통령에게는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진 것을 모두 걸어 결판을 짓는 승부사 기질이 있다는 해설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대통령 되기 이전에도 그랬거니와 그 이후에도 노씨는 난국 돌파에 있어서 모든 것을 거는 경향이 두드러진 사람이다. 대선 후 여소야대의 불리한 상황아래 그가 수구 신문이라고 기피하는 조·중·동의 비판이 거세졌을 때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등 극히 대통령답지 않은 발언을 거쳐 자기를 대통령 만들어준 민주당에서 탈당하여 열린 우리당을 만들고, 결국은 국회의 탄핵을 자초했었던 것은 그의 승부사 곡예의 압권이었다. 헌재에서 탄핵이 무효화된 데 이어 총선에서 열린 우리당의 압승을 가져와 의석 과반수 이상의 여대 국회를 낳는 산파역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와 여당의 인기도 오래가지 못하고 그의 인기는 20%대에 머물러 있게 되었다. 지난 몇 해 동안의 그의 행적을 먼발치에서 보아온 바로는 그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도박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과 비슷하다. 또는 로토에 당첨되어 몇 억달러를 한꺼번에 거머쥔 사람들이 돈을 쓸 줄 몰라 나중에는 비참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흔히 듣는다.
노씨가 언제부터 대권의 꿈을 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3년 이상의 그의 행적으로 보면 대통령으로서 준비가 제대로 안된 사람이라는 인상이다. 아마도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 때 모든 것을 거는 승부사 기질에다가 노사모 등의 대중 선동적 여론몰이 바람에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되고는 자기도 놀랐는지도 모른다. 정권이 손아귀에 들어왔는데 어찌해야 되는 것인지 우왕좌왕하면서 허송세월을 하는 듯한 인상이다.
“남북관계만 잘 되면 다른 것은 깽판을 쳐도 된다”는 당선 직후의 직설적 표현처럼 이북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은 도가 넘친다. 그동안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말살에 대한 결의문을 네 해 동안 줄곧 기권 아니면 불참하는 어처구니없는 저자세를 보여왔다. 이북과 가까워지니까 거의 60년 동맹국인 미국과는 점점 거리를 두는 ‘자주외교’가 정책이 되었다.
수구보수는 타도 대상으로 삼고 보수 신문들에는 정부의 광고조차 주지 않으려 하며 또 공직자들의 기고조차 금하고 있다. 사학법을 통과시켜 이사회에 외부 이사를 영입하도록 마련하여 좌경사상이 농후한 교육노조의 사학운영 간섭을 가능케 했는가 하면 과거사 정리 법규를 통과시켜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있다.
노씨가 성공한 대통령이기에는 너무 말이 많다. 어느 외국을 순방하기 직전 1주일 동안은 세상이 조용해질 것이라고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그는 너무 말을 많이 한다. 말을 많이 하다보면 실수도 많아지고 앞뒤가 안 맞는 모순도 드러난다. 최근의 예만 들어도 1월18일에는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재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대국민 선언을 했다가 일주 후에는 그것이 세금을 올린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사회문제로서의 토의를 해보자는 담론이었다는 식의 해명 아닌 해명이 있었다. 참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사람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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