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심원 원칙 제대로 작동한 결과” “계단 못막고 행사중 금속탐지기 해체”
▶ 워싱턴 힐튼호텔, 경호 난도 높기로 악명…1981년 레이건 피격 이후 ‘벙커’ 추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 행사장 코앞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놓고 미 비밀경호국(SS)의 요인 경호작전 성패 여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피의자 콜 토머스 앨런이 지난 25일 오후 8시 34분께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워싱턴 힐튼 호텔의 '인터내셔널 볼룸'으로 난입하려다 그 위층에서 SS 요원들과 총격전 끝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제압된 것이다.
앨런은 호텔 객실 10층에 투숙해 있었다. 그는 가방에 산탄총, 권총, 흉기를 담은 채 방을 빠져나와 계단을 통해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SS 요원들 사이를 질주해 45야드(약 40m)를 내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NFL(미국프로풋볼)이 그를 영입해야 할 것처럼 달렸다"고 할 정도로 빨랐다.
요원들은 그를 붙잡은 뒤 가방을 뒤지고, 폭탄 조끼를 입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의를 벗겼다. 뒤로 수갑이 채워진 채 바닥에 제압당한 앨런이 웃통을 벗고 있는 모습이었던 이유다.
만약 앨런이 계단을 내려가 볼룸으로 진입했다면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미 언론 등에선 지난 2024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유세 도중 괴한의 총격에 귀를 다친 '버틀러(사건 발생 장소) 사건' 이후 경호 실패가 반복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전직 SS 요원인 티머시 레불레는 27일 이번 경호는 성공적이었다고 CBS 뉴스에 단언했다. 그는 경호 업무를 위해 연면적 100만 평방피트(약 9만2천900㎡)의 이 호텔 곳곳을 수백번 훑었던 인물로, 1천107개의 객실과 46개의 회의장, 로비, 현관 등을 손바닥 보듯 알고 있다고 CBS는 소개했다.
레불레가 이렇게 평가하는 이유는 앨런이 '핵심 보호막'(protective bubble)까지는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SS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여러겹의 동심원 형태 경호막을 구축하는데, 앨런은 '더티(dirty) 구역'은 통과했지만, '클린(clean) 구역'에서는 효과적으로 제압됐다는 것이다.
더티 구역은 일반 직원과 투숙객 등이 뒤섞여 SS의 통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곳으로, 이번 사건에선 호텔 로비 등을 가리킨다. 클린 구역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행사 참석자들이 있는 볼룸과 그 주변이다.
다만, 볼룸으로 들어가는 길에 설치됐던 금속 탐지기가 행사가 이미 시작됐다는 이유로 사건 당시 해체되고 있었고, 앨런이 계단을 통해 총기가 든 가방을 든 채로 감시의 눈을 피해 이동할 수 있었던 사실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목된다고 CBS는 짚었다.
이에 대해 레불레는 힐튼 호텔이 케네디 센터와 더불어 워싱턴에서 경호 난도가 높기로 손꼽히는 곳이라면서, 지난 1981년 3월 30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총격 사건도 힐튼 호텔 앞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호텔 앞에서 존 힝클리가 쏜 총에 가슴을 맞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은 끝에 목숨을 건졌다. 힝클리는 이때 백악관 대변인과 경호원, 경찰 등 다른 3명에게도 총격을 가했다.
이 때문에 경호원들 사이에선 이 호텔을 "힝클리 힐튼"으로 부른다고 한다. 사건 이후 대통령·부통령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호텔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격폐형 차고인 '벙커'가 설치됐다.
대통령 경호팀 책임자를 지낸 폴 에클로프는 레이건 피격 사건을 언급하며 "대통령을 포함해 4명이 총에 맞았고, 총격범은 대통령에게 20피트(약 6m)까지 근접했지만, 이조차 그때는 경호 성공으로 간주됐다"며 "이번 사건에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버틀러 사건과는 비교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직 SS 요원 마이크 마트랑가도 "SS의 동심원 경호 방식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확신한다"며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호텔을 통째로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행사는 리스크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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