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목사 (얼라이언스신대원교수)
일기예보만 해도 6인치에서 1피트 정도의 눈이 내릴 것이라고 하더니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째
상황이 가당치 않다. 어림짐작으로도 드라이브 웨이에 쌓인 눈이 족히 1피트는 되어 보이는데
눈은 멎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시간 이상 걸리는 중부 뉴저지 동료목사님의 교회에서 설교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런 상태로는
설교는커녕 교회까지 운전해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필이면 어제 저녁 아들 재준이 친구가 차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내 차를 드라이브 웨이 제일
깊숙한 곳에 주차해 놓은 관계로 70미터는 족히 되는 드라이브 웨이의 눈을 다 치워야 차를 끄
집어 낼 수 있게 생겼다.
거기다 힘 좀 쓰는 아들놈은 새벽부터 저희 교회에 간다고 횡 나가버렸으니 나와 아내가 눈을
치워야 하는 고약한 상황이다. 마침 설교 약속은 악천후로 취소했지만 차는 끄집어내야 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고 4시간 이상 삽질을 했더니 드라이브 웨이가 깨끗해졌다. 눈을
치우고 나서 허리를 펴니 삽질 한번 하지 않은 우리 집 오른편 드라이브 웨이가 눈에 걸린다.
이 드라이브 웨이는 뒷집에서 사용하는 유일한 출구이다. 뒷집은 위치가 희한하게 생겨먹어서
앞뒤 사방으로 다른 집들에 둘러싸여 있다.
오늘처럼 눈이 황당하게 오는 경우는 먼저 자기 집 마당의 눈부터 치워서 차를 끄집어낸 후
100여 미터가 되는 드라이브 웨이의 눈을 모두 치워야하는데 이게 도시 사람이 할 짓이 아니
다. 아무리 집이 급해도 그렇지 이렇게 불편한 집을 집이라고 산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뒷집 사람들은 불가리아계의 젊은 부부인데 지난여름에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 집을 싼
맛에 이사 들어왔다. 집값이 폭등한 포트리에서 예산에 맞는 싼 집을 구하다 보니 이렇게 위치
가 고약한 집을 샀는데 막상 이사를 오고 나서야 그 불편함을 깨닫고 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거
들떠보는 사람도 없다. 처음부터 제 값을 줄 각오를 하고 집을 구매했으면 두고두고 후회하지
는 않을 것인데 이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집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상응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물건을 구입하려 하면 어딘가 결함이
있는 불량품을 살 수밖에 없다. 우리 속담에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우리의
단견과 탐심 때문에 문제가 있는 줄을 알면서도 덥석 물었다가 낭패를 당하지 않는 지혜가 필
요하다.
노력하지 않고 받은 학위나 직위는 우리 인생을 패망으로 몰고 가고, 내 욕심만으로 택한 배우
자는 결혼을 인생의 무덤으로 전락시킨다. 반면 시간이 걸려도 제 값을 지불하고 얻는 것은 두
고두고 즐길 수 있는 우리 인생의 꽃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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