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 렉싱턴 ‘호스 팍’(Horse Park)에서 스티브 김·김원실씨 부부.
이 부부의 주말여행
켄터키 렉싱턴 간 스티브 김·김원실씨 부부
20년전 보답으로 그려준 그림속 주인공 소녀
천재 바이얼리니스트로 성장후 감격의 재회
부모님과도 다시 만나 ‘제2의 인연’이어가
지난 부활절 주말 우리 부부는 바이얼리니스트 알리사 박의 고향, 켄터키 렉싱턴을 방문했다. 알리사 박은 1990년 16세의 나이로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 최연소 입상, 3위를 차지했고 최우수 연주상 등 러시아 음악 애호가들을 놀라게 한 장본인이다.
그 곳에는 아직도 그녀의 부모가 오랜 이민생활 속에서 그녀를 예술가로 키워낸 열정과 추억을 사진들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녀 가족과의 인연은 이십 몇년 전 나의 남편이 그려준 어린 알리사의 초상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시절 렉싱턴에는 아주 적은 수의 한인들이 켄터키 주립대와 자그마한 교회를 중심으로 모였었다.
그녀의 아버지 박웅길씨는 켄터키 주립대 병원 정신과 의사이셨고 또 그분은 유학생들이나 얼마 안 되는 젊은이들과의 모임을 즐겨 주말이면 종종 그들을 집으로 불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했다. 알리사의 어머니 박경희씨는 그들에게 잠시나마 음식으로 힘든 타향생활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푸짐한 음식을 차려내곤 했다.
남편은 그 젊은이들 중 하나였다. 그 푸짐한 음식을 탐내면서도 내심 무엇인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그 부부의 첫째 딸 알리사의 바이얼린 켜는 모습을 그리기로 했다. 남편은 그림과는 관계가 없지만 취미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미술을 전공하는 내 눈으로 보아도 그 초상화는 아마추어로서는 제법 괜찮았다.
남편은 그 이후 그에게 제2의 고향이라는 렉싱턴을 떠나왔고 오랜 세월 연락 없이 지내다 지난해 알리사의 연주를 보러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 갔었다. 그 때 다시 만난 알리사는 어른이 되어 결혼을 했으나 그녀는 남편을 알아보았고 그 그림이 아직도 렉싱턴의 부모님 집에 걸려 있다며 반가워하였다.
연주하는 딸의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된 박웅길·경희씨 부부는 놀랍게도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2년 전 도자기를 시작했다는 알리사의 어머니와 우연의 일치로 비슷한 시기에 남편도 같은 것을 시작해 20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우리는 미술이라는 공동주제로 제2의 인연을 시작했다.
알리사 어머니의 아트에 대한 태도는 나로서도 놀라울 정도로 열정적이고 학구적이었다. 그녀가 만들어낸 작품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진지함이 묻어있었고 그 열정이 딸을 한 훌륭한 연주자로 길러냈음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도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나 딸의 이야기를 할 때에는 약간 흥분된 어조로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그녀의 예술적인 열정과 감각이 딸의 연주 속에 그리고 그녀의 창작품 속에 녹아있음이 느껴진다.
알리사의 고향집에서 며칠을 묶은 후라서인지 지난 22일 샌타모니카 제일장로교회에서 열린 알리사의 연주는 더욱 친근감 있게 느껴졌다.
또, 어머니와 너무나도 닮은꼴인 그녀는 역시 엄마의 열정을 생각나게 하는 열심인 모습으로 무대의 크고 작음에 개의치 않고 진지하게 연주를 마쳐 청중들의 ‘브라보’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우리 부부도 그림으로 음악으로 도자기로 어우러진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김원실/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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