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과 숲, 바다가 한데 어울러진 알래스카의 빼어난 경관.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알래스카가 초원지대로 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구 온난화 영향 1950년 이후 겨울 기온 6도 상승
빙설·지하 동토층 녹으면서 호수·연못이 진창으로
“산불 겹쳐 북부 삼림이 초원으로 변할 것” 전망도
‘겨울 공화국’ 알래스카가 초원지대로 변하고 있다.
USA투데이는 지난 30일자 커버스토리를 통해 10만년 전 빙하시대에 형성된 알래스카의 영구 동토층이 녹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현재 진행중인 지구 온난화로 알래스카 북부지역의 울창한 삼림이 사라지면서 이 일대가 초원으로 변할 것”이라는 을씨년스런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알래스카의 지하 동토층을 녹이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석유 등 화석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라고 입을 모았다.
대기 중에 두꺼운 층을 형성한 이산화탄소는 태양의 복사열을 차단하는 이른바 ‘그린하우스 효과’를 일으켜 지표면의 기온상승을 부채질하는데 북극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온난화의 영향이 빨리 나타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기상측정 자료에 따르면 알래스카의 기온은 1950년 이후 화씨 3.5도, 겨울 기온은 6도가 상승했다. 이처럼 기온이 올라가자 그동안 추위에 눌려 기를 못 피던 각종 해충들이 기승을 부려 지난 10년6개월 사이에 400만에이커에 달하는 숲 지대를 초토화했다. 또 건조한 날씨를 보이는 여름철이 길어지면서 대형 산불이 빈번히 발생, 방대한 원시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알래스카의 산불은 과밀 수림을 솎아주고 토양을 기름지게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추운 기후에 적합한 알래스카의 주종 수목들이 주변 온도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성장둔화 현상을 보이는 통에 해충과 산불이 지나간 숲 지대는 벌거숭이 흉터로 남게 된다.
호수와 연못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페어뱅크스에 위치한 알래스카 주립대학의 주데이 박사에 따르면 극지의 낮은 기온이 유지되는 것은 지표면을 뒤덮은 눈과 얼음이 태양 에너지의 70%를 대기권 밖으로 되돌려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30년 간 그린하우스 효과로 북극권 빙설의 15-20%가 녹아버려 땅속으로 흡수되는 태양 에너지가 늘어남에 따라 영구동토층이 녹아 진창으로 변해가고 있다. 바위처럼 꽁꽁 얼어붙었던 지하 토양이 진창으로 변하면서 지표면에 고여있는 물이 빠르게 지하로 흡수돼 동토붕괴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북극 연구에 참여중인 인류학자 피터 슈바이처 박사는 “일부 지역에선 지표수의 40%가 땅속으로 흡수되어 버렸고 호수와 연못에 서식하던 오리 등 야생짐승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온실효과가 불러온 또 다른 우려로 태풍피해가 꼽힌다. 기온상승으로 대서양 해상의 수면온도가 증가, 허리케인이 자주 형성되는 것이 기본상식이나 알래스카는 해안 근처 바닷물이 일찌감치 얼어붙는 해수결빙이 현상이 일어나 허리케인 피해를 염려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것도 옛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기온상승으로 해수결빙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추세라 태풍의 위협에 노출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 한 예로 지난해 단 한번의 태풍으로 일부 해안가 땅의 30~40%가 떠내려갔다.
전문가들은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알래스카 유정개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못박고 “지금부터 정신 차리고 보살피지 않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알래스카는 영구히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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