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뉴저지 레오니아 오버펙 공원에서 열린 9.11추모식에서 희생자 가족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왼쪽이 둘째 아들을 잃은 김평겸 한인유족회장 식구들.
“딸, 아들과 얘기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9.11 테러로 사랑하는 아들, 딸, 부모를 잃은 한인 유가족들은 참사가 발생한지 5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복받쳐 오르는 슬픔과 아픔으로 인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당시 테러로 인해 목숨을 잃은 한인들은 모두 18명으로 파악됐다. 강준구, 김재훈, 김 로렌스, 김지수, 구본석, 이동철, 이현준, 이수진, 이명우, 이종민, 이정은, 이연춘, 송 댄, 육 크리스티나, 조경희, 박진선, 박계형, 추지연...
일반인들에게는 평범한 이름일지 모르지만 평소 이들을 아빠, 엄마, 아들, 딸로 여기던 가족들에게는 월드트레이드 센터를 잃은 뉴요커들의 아픔과는 결코 비교가 되지 않는 슬픔과 추억의 이름들이다. 붕괴된 월드트레이드 센터는 다시 재건립되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목숨은 되돌릴
수 없기에...
당시 테러로 목숨을 잃은 한인 유가족들은 요즘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9.11 한인유족회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평겸씨는 “9.11 테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은 아직도 우리들 마음에 큰 상처로 남아있다”며 “매년 9월11일이 다가오면 여러 언론매체에서 유가족들의 인터뷰를 요청해오지만 이제는 조용히 지내고 싶다.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
금이라도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사건으로 둘째아들 재훈(미국명 앤드류)군을 잃은 김씨는 “유가족들은 나름대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장학사업 등 사회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일들을 조용히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김씨는 아들을 추모하기 위해 ‘앤드류 김 장학재단’을 만들어 한인사회 단체에게 장학금을
전달해오고 있다. 버겐카운티 공원국은 레오니아 고교 재학시절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던 재훈군을 기리기 위해 오버팩 공원의 테니스 코트를 ‘앤드류 킴 코트’로 명명한 바 있다.
육 크리스티나씨의 가족들은 딸이 다니던 학교에 장학금으로 10만달러를 내놓았으며 추지연씨의 부모 역시 한미장학재단에 10만달러를 기증했다.
조경희씨의 부모 역시 딸을 추모하기 위한 도서관 건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11 테러로 아들 강준구(당시 캔터 피츠제럴드사 근무)씨를 잃은 강성순, 강필순 부부는 먼저 보낸 아들을 대신해 선교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강씨 부부는 순복음뉴욕교회(담임목사 김남수)를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 빈민촌에 학교 건립과 현지 어린이들을 돕는 사업의 일환으로 약 6만달러를 기부했다.
항상 지갑 속에 단란했던 시절의 아들 사진을 넣고 다니는 모친 강필순씨는 “사진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와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이제는 울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떠난 사람이 돌아올 리 없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어딘가에 아직도 아들이 살아있는 것만 같다. 어디 머나먼 곳으로 여행가 언젠가는 마치 돌아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밖에 다른 유가족들도 사랑하는 가족을 기리기 위해 나름대로 활발한 사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9.11 테러가 발생하지도 어언 5년이 흘렀다. 그러나 유가족들에게 있어 지난 5년은 때로는 100년, 때로는 1분전의 일처럼 느껴질 만큼 잊혀지지 않는 슬픔이다.한 유가족은 테러로 가족을 잃은 슬픔이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일이겠습니까. 더구나 가족을 잃은 뒤 그동안 겪어야 했던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고통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계속될 거란 생각을 해 보세요라며 다시는... 다시는 이런 테러가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됩니다라고 절규했다. <정지원 기자>
A1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