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하는 핵심분야로 정치참여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는 이 때 미국 정치인들과 접촉한지 불과 6개월만에 폭넓은 발판을 구축하여 한인들의 현안을 풀어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 롱아일랜드 낫소카운티의 정책자문위원이며 톰 수오지 뉴욕주지사 후보의 선거본부에서 아시아위원회의 책임자를 맡았던 이철우씨(51)가 바로 그 장본인이다.
이씨가 카운티 정치에 관여하게 된 것은 롱아일랜드한인회의 이사장으로서 한인회가 낫소카운티와 관계를 맺으면서 시작됐다. 오이스터 베이 코브에 살고있는 그는 사업을 하면서 미국 로터리클럽 활동을 해오던 중 이기철 한인회장의 권유로 한인회 이사장을 맡았다. 한인회가 한인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자면 카운티 정부와 협조관계를 가져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지난 해부터 한인 행사때마다 카운티 인사를 초청하는 팩스를 보냈으나 아무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1월 2일 톰 수오지 카운티장의 취임식 때 이기철 회장에게 초청장이 왔다. 그간 카운티에 한인회의 존재를 알린 성과였다. 이리하여 이철우씨는 이회장과 함께 취임식에 참석하여 수오지 카운티장과 첫 인사를 나누었다는 것이다.
그 후 롱아일랜드한인회의 음력설 행사 때 수오지 카운티장이 내빈으로 참석했다. 한인회 측이 카운티장에게 한인회와 한인들의 현황을 설명하자 수오지 카운티장은 자신의 선거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톰 수오지 카운티장은 그 때 뉴욕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이리하여 지난 3월 초 톰 수오지 후보의 선거팀이 생길 때 이씨는 선거운동에 참가했다. 수오지 후보는 지난 12일 실시된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엘리옷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에 패배하여 뉴욕주지사의 꿈을 접었다. 그러나 이씨는 그의 선거에 깊이 참여하면서 큰 경험
과 수확을 거두었다고 한다.
금년 44세인 수오지 후보는 변호사이며 CPA로 글렌코브 시장을 거쳐 낫소카운티장이 되었지만 주지사 운동을 시작할 때 엘리옷 스피처에 비해 정치기반이 매우 취약한 형편이었다. 수오지 후보의 선거팀에 참가한 이씨는 이 선거팀의 조직과 전략이 매우 빈약한 것을 보고 회의에서 열세후보로서 취할 수 있는 전략전술에 관한 몇 가지 의견을 피력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무명 후보의 마케팅 방법을 설명하고 지금까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리고 소수민족을 파고드는 방법으로 소수계 언론과의 기자회견을 적극 주선했다.
그 뿐 아니라 톰 수오지 후보의 이미지 개선책으로 뉴욕의 안전을 지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배경에 성조기를 넣은 사진을 사용하도록 했다. 또 도전자의 입장에 있는 수오지 후보가 공개토론회를 원하는데도 스피처 후보가 계속 회피했기 때문에 그를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공화당후보를 토론에 참여시켰다. 그리하여 스피처 후보와의 토론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그의 능력이 발휘되어 그는 선거본부의 아시아위원회 리더가 되었다. 톰 수오지 후보의 청원 서명에는 모두 900여명이 서명했는데 이중 한인이 30여명이었다고 하니 수오지 후보의 진영에서 이씨와 한인들의 비중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그는 이와 같은 활동이 밑거름이 되어 지난달 낫소카운티의 공원, 레크리에이션, 박물관을 관장하는 정책자문위원 7명 중 1명으로 임명됐다.
선거팀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낫소카운티의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는 카운티 정치에 참여하면서 몇가지 큰 일을 해냈다. 롱아일랜드 한 대형 한인업체의 숙원이었던 회사 앞 도로의 신호등을 설치했고 카운티 소비자보호국에 한인직원 2명을 진출시켜 한인들의 편의를 도모해 주고 있다. 카운티 정부에서 인맥을 통해 빠른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낫소카운티의 보건국장이 공석중인데 이 자리에 한인의 임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국은 식당, 식품, 네일업소 등의 위생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이 자리는 한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낫소 콜리세움 공사가 대형 프로젝트인데 여기에 한인업체를 참여시킬 수 있고 또 다른 카운티 공사에 한인들을 참여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인 회사를 소수민족 기업이나 여성기업으로 등록하여 저리융자 등 혜택을 받게 하는 방안도 있다는 것이다.그가 카운티 정치와 관련을 맺은지 얼마 안되는 짧은 기간에 이처럼 큰 성과를 거둔 것은 그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그는 1978년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비행훈련까지 마친 그는 공사 교관생활을 하면서 연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국회의 입법보좌관으로 각 상임위원장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1986년 공군 소령으로 전역한 후 대학에서 강의를 맡았던 그는 로터리클럽의 장학금을 받아 정치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왔다.
뉴욕에 온 그는 미국에서는 정치학 보다는 실용적인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뉴욕시립대 브루클린대학원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했다. 그리고 졸업 후 통신회사 등에 근무하다가 1992년 프로그램 개발업체인 Bright Computer 회사를 설립하여 현재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이 회사는 각종 소매상에서 가게 경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서비스 하고 있다.
로터리클럽의 장학금으로 도미한 그는 미국생활이 자리잡히면서 봉사하는 생활을 하기 위해 지난 2000년 롱아일랜드의 힉스빌 로터리클럽에 가입했다. 회원이 모두 미국인이고 한인으로는 유일한 회원이었던 그는 재무, 총무, 부회장을 거쳐 회장을 지냈다. 그는 이 클럽에서 한국과 관련된 두 가지 큰 사업을 했다. 하나는 몽골의 심장병 어린이들을 한국에 데려다 수술해 주는 사업으로 작년에 10명, 올해 12명을 수술해 주었다. 또 다른 하나는 경기도 광명시의 노인복지원에 특수 버스를 구입해 준 것이다. 이 사업을 위해 힉스빌 로터리클럽에서 돈을 모았다는 것이다.
로터리클럽 활동은 그에게 미국을 배우는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한인 회원이 없어서 혼자서 외롭고 힘들었지만 이 클럽에서 미국인들이 말하고 제스추어 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회의진행 등을 익혔다고 한다. 이런 경험이 카운티의 정치인들과 접촉하면서 크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그는 미국사회에 한인들의 좋은 이미지를 심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한인들의 생활과 직접 맞닿는 경찰관들이 한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는 경찰학교에서 한국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외국친지의 소개로 롱아일랜드의 일간지인 뉴스데이를 찾아 한인사회의 소식을 기사로 다루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인들이 문화적이고 교육열이 높고 가정적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그가 관여한 이번 예비선거에서 비록 수오지 후보가 패배하긴 했지만 이 선거를 통해 한인사회와 이씨는 큰 수확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씨는 아시아계의 대표로서 선거 5일 전 웨스트베리에서 열린 수오지 후보에 대한 마지막 지원유세에서 연사로 나서는 등 큰 역할을 했다. 이같
은 활동으로 인해 그는 수오지 후보와 깊은 신뢰관계를 갖게 되었다. 수오지 후보는 예선에서 떨어져 이번에 뉴욕주지사는 단념하였지만 낫소카운티장으로 계속 재직하기 때문에 카운티 정부와의 관계가 매우 가깝게 된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운동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었다고 했다. 또 이번 선거에서 한인들이 많이 참여함으로써 낫소카운티에서 한인사회가 주목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치에서는 인맥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씨는 이런 선거운동을 통해 정계 뿐 아니라 사회유지들과 인맥을 구축하고 자금줄, 인물, 조직 등 정치판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인맥과 능력이 있으면 한인의 표가 소수라고 하더라도 정당과 정당 유력자의 지원을 받아 정계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가 이번 선거운동을 통해 보여준 성과가 미국정치 참여가 절실한 과제로 등장한 한인사회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영 본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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