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어는 입이 큰 생선이라해서 대구어(大口魚)라 부르고, 머리가 커서 대두어(大頭魚)라고도 한다. 입이 큰 만큼 대구어는 식성이 좋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1815년께 빙허각 이씨(憑虛閣)가 쓴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의하면 대구어는 다만 동해(東海)에서 나고 중국에는 없기 때문에 그 이름이 문헌(文獻)에 없으나 중국 사람들이 진미(珍味)이며, 북도(北道) 명천(明川)의 건대구(乾大口)가 유명하다는 기록이 있다. 대구어는 한대성(寒帶性) 심해어(深海魚)로 겨울철 산란기(産卵期)에 내만(內灣)으로 옮겨 오는데, 동해 뿐아니라 서해, 남해, 오츠크해, 베링해, 미국 오리건주 연안까지 분포되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환경오염으로 대구어가 귀하지만 옛날에는 진해의 옛 지명이던 웅천의 가덕동 일대 즉 속칭 깽이 바다의 대구어를 제일로 여겼다. 이 깽이 바다는 대구어의 산란장으로 유명했다. 이곳에서 겨울철에 잡히는 무게 2관(貫)이상 나가는 대구어를 일명 누렁이라는 애칭을 부쳐 최상급으로 여겼다. 태조실록에서 중종실록에 이르기까지 이조실록에 보면 매년 10월 천신 품목으로 웅천의 대구어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나와 있고, 일제시대는 일본 사람들이 깽이 바다의 도미, 청어, 대구어의 맛을 못잊어 진해를 떠날 수가 없다라고 했다고 한다.
옛부터 젖이 부족한 산모에게 대구탕을 끓여 먹이면 젖이 많아진다고 믿었다. 회충(蛔蟲)이 많은 사람에게 대구어를 씻지 않고 달여 구충제로 먹이는 등 민간요법이나 음식으로 즐겨 해 먹었다. 대구어는 겨울철에 산란을 위해 연안 내만으로 옮겨와 짝짓기를 하게 된다. 짝짓기 기간 동안 암수가 서로 마주 뽈(뺨)을 비벼대며 화끈한 사랑을 불태운다고 한다.
그래서 짝짓기를 하며 비벼댄 뽈에 굳은살이 박이고 이 부분에는 쫄깃쫄깃한 사랑의 맛이 깃들여져 있어, 대구뽈찜은 연인들이 즐기기에 좋은 담백하고 화끈한 음식이라 하겠다.
대구뽈찜 외에도 탕문화가 잘 발달된 우리는 대구어로 아주 기막힌 해장국을 만들었다. 콩나물, 미나리를 넣고 파 마늘 생강 등으로 양념한 후 고추장을 풀어 간을 한 후 국물을 넣고 끓이다가 토막낸 대구어를 참기름과 함께 넣어 약한 불에 끓여낸다. 이 대구매운탕은 찬바람 부는 겨울에 온 몸을 훈훈하게 해주면서 숙취를 말끔히 해소해 줘 해장국으로 제격인 담백하고 시원한 우리네 전통음식이라 할 것이다. 특히 대구어는 껍질요리가 잘 발달되어 있었다. 1670년경에 안동장씨(安東張氏)가 쓴 [음식디미방(飮食]에 보면 대구어 껍질을 삶아서 가늘게 썰어 무친 것을 대구껍질채라 했고, 대구껍질과 파를 길게 묶어 초간장에 밀가루 즙(汁)을 한 것에 찍어 먹는 것을 대구껍질강회라 했다고 기록 되었다. 그리고 이 대구어로 구이, 전유어, 지짐이, 조림과 얼간 자반 등을 해 먹었다.
요즘 우리는 흔히 대할 수 없지만 필자가 최근에 일본 간사이 지방에 갈 기회가 있어 젓갈시장을 둘러보게 되었다. 이곳에 옛날 우리 조상들이 담아 먹던 소금에 절여 벌겋게 익힌 대구알젓이 어느덧 일본 정통 음식화 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외에도 대구어의 아가미와 창자를 가지고 창자젓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비록 대구어의 산지가 진해(鎭海)라고는 하지만 진해는 군항도시(軍港都市)라 대구어등을 잡으면 고기잡이배들이 인근 마산 공동어시장(馬山共同魚市場)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그런지 옛날부터 대구탕집도 진해보다 마산이 더 유명했다.
이성우(李盛雨) 교수가 쓴 [한국요리문화사(韓國料理文化史)]에 기록된 마산(馬山)이 고향(故鄕)인 이은상(李殷相)의 이야기에 보면 어장(漁場) 아비들이 대구를 산더미처럼 베어다 잔뜩 싣고 항구(港口)로 돌아온다. 가난한 오막살이 집도 대구 한 동강이 쯤은 차례가 돌았지요. 대구 한 가지만 가지면 다른 반찬 백가지를 당한다는 마산 사람치고 대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생(膾)으로 먹고, 말려(乾) 먹고, 국(羹) 끓여 먹고, 전(煎) 부치고, 달여(湯) 먹고, 구워(燔) 먹고, 포(脯)도 뜨고, 김치까지 넣어 먹는다고 했다. 이렇게 살만 먹는 게 아니라 암놈 알은 생으로 먹기도 하고 쪄 먹기도 한다. 수놈의 대구곤(이리:魚白)은 홀몬 200%라 하거니와 창자니, 아감지니, 심지어는 [깡다구]라는 이름은 등뼈다귀까지 발라먹는다. 그야말로 전신봉사(全身奉社)라고 나 할까?라고 했듯이 60-70년대까지만 해도 마산의 대구어 요리가 다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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