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자 오피니언 면에서 ‘밥상의 중요함’이란 칼럼을 읽었다. 우선 제목이 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더니 차 오르는 눈물이 결국 신문을 적시고 말았다.
40을 바라보는 큰아들이 12세 때 일이다. 맞벌이를 하느라 늦은 저녁상에 둘러앉아 기도를 하고 ‘아멘’을 하는데, 아들이 머리를 상에 박고 흑흑 느껴 우는 것이다. 한시도 눈을 돌릴 수 없는 이 말썽꾸러기 녀석이 또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내 가슴은 조여왔다.
그런데 아들은 느닷없이 “엄마 돈 얼마 벌어?”라고 묻는 것이다. 이유인 즉 자기 자신을 아무리 생각하여도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못된 놈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교할 때 자기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엄마가 읽으라고 사준 문학전집도 읽는다고 계획하고 집에 오면, 우선 배가 고파서 정크 음식 먹으면서 TV 보고, TV에 빠져 있노라면 언제 시간이 갔는지 엄마가 집에 돌아와서 야단치고, 또 아빠가 오시면 엄마 말 안 듣는다고 야단치고, 학교에서는 찝쩍이는 아이들 운동장 한 가운데서 때려눕힌다고 늘 반나절 정학이고, 교회에서는 다른 아이들이 놀다가 망가뜨려도 무조건 어른들이 자기를 야단친다는 것이다.
“그러니, 엄마나 아빠 중에 누구든 돈을 적게 버는 사람이 집에 있으면서 나를 좀 붙잡아 주세요!”라고 하는 것이다. 도저히 내 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아이라고만 생각하였는데, 그 속에 그토록 깊은 마음이 있었는지 몰랐었다.
하지만 당시는 우리가 조그만 방이 4개 있는 허름한 집을 사서 이사를 한 때였다. 푼돈에다, 마침 공사를 허락한 회사에 통 사정하여 미리 돈을 받아 보태서 산 집이니 우리 생활이 남편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인 것이다. 그 날 밤새워 궁리하고 울면서 기도하고 아들 방에 들어가 보니 울다가 잠들었는지 눈물자국이 하얗게 말라붙어 있었다.
배고플까 봐 냉장고에 정크 음식 가득 채워 넣고, 문학전집 책장에 진열하고, 자기 방주고 옷 사주고… 이만하면 엄마의 할 일 다 했다 자위하며, 오직 나의 삶의 목표는 빨리 돈벌어 속히 자리 잡는 것이었다.
그 날 밤 제 정신을 찾은 나는 ‘맏아들보다 집이 중요하겠는가? 너를 위해서 버릴 것은 다 버리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운영하던 가게를 팔고 나니 빚도 갚게 되었다.
이후 우리는 식구들이 뒷마당 둥근 식탁에 둘러앉아 바비큐도 즐기고 양식 중식 일식 이태리식 등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한 상에 둘러앉아 먹으며 하루를 어찌 지냈는지 담소하며 키웠다.
그렇게 해서 부모라는 닻에 우리 아들들이 잘 매달려 자라더니, 이제는 그 어려웠던 때가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더 잘 살기 위해 더 소중한 것을 잃었다면 우리 노년에 무슨 낙이 있겠는가. 이제는 우리 부부 둘이 앉아 쓸쓸한 날도 있으나 주말이면 불러 주는 아들네들의 식탁은 손자들로 인하여 더더욱 풍요롭다. 이것이 가족들의 연결고리일 것이다.
강욱자 샌 개브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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