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소녀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건반 위에 얹어져야 할 손가락의 무게는 너무 가벼웠다.
소녀는 귀머거리가 되어 음향의 세계와 단절된 상태에서 무한한 고통과 싸워야했던 베토벤의 ‘환희의 노래’를 서곡으로 골랐다.
베토벤의 말처럼 “고뇌를 돌파하고 환희에 도달한” 것같이 소녀는 이 걸작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계속해서 그는 ‘아리랑’, 쇼팽의 ‘즉흥 환상곡’, ‘어메이징 그레이스’ ‘실버 라이언’ 등을 경쾌하고 맑은 선율로 들려주었다.
건반 위에서 그는 거침없는 자유를 느끼는 듯했다.
마지막 곡 브람스의 ‘헝가리안 댄스’에서 소녀의 연주는 그의 아픔을 넘어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어느듯 위로와 힘이 되고 있었다.
공연장인 열린문 장로교회(목사 김용훈)를 꽉 메운 객석은 이 장애를 이긴 피아니스트에 보내는 감동과 격려의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열린 아주 특별한 콘서트의 주인공은 선천성 사지기형의 장애를 딛고 피아니스트로 거듭난 이희아 양.
올해 21세인 이 양은 손가락이 양손에 두 개씩 네 개뿐이고 허벅지 아래가 없이 태어난 장애인이다.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매일 10시간씩의 피나는 노력 끝에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라는 영예로운 이름을 얻었다.
희아 양은 미주 밀알 선교단 초청으로 9월9일부터 10월31일까지 이뤄지는 미주 순회 공연의 일환으로 이날 워싱턴 동포들을 만났다.
공연장에는 교회 신도들뿐 아니라 워싱턴 밀알선교단(단장 정택정 목사)의 장애자들도 참가, 희아 양이 주는 선율의 기쁨에 도취됐다. 주최측은 수어 통역을 제공해 장애인 관객들을 도왔다.
공연 후 간증에 나선 희아 양의 어머니 우갑선씨는 “딸은 비록 장애인이지만 자다가도 웃을 정도로 밝고 천진무구한 아이”라며 “나는 희아를 통해 천국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희야 양은 “내가 넘어져 울고 있을 때 나를 일으켜 세우고 세상을 향해 밝은 웃음을 웃게 해준 게 피아노”라며 “그 아름다운 선율을 다시 삶의 아픔을 겪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돌려드리고 싶다”고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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