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구태‘코리안 타임’
김지미 기자
의상쇼가 시작되자 어두워진 무대에 조명이 반짝거린다. 모델들이 한명 한명 차례대로 무대에 나오기 시작하자 박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고 관객들이 쇼에 몰입하기 시작할 때쯤 출입문이 열렸다 닫힌다. 한번으로 그칠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출입문이 열렸다 닫히고 사람들이 들어온다. 지난 14일에 열린‘이순화 한복의상쇼’에서 보았던 한인 관객들의 모습이다. 지난 5일 있었던 서울 예술단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흔히‘코리안 타임’이라고 불리는 이런 모습은 한인 커뮤니티가 주최하는 공연장이라면 어디서나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의상쇼에서도 공연장에 관객이 차지 않아 기존에 시작하기로 계획했던 시간에 20여분 지나서야 쇼가 시작됐다. 게다가 쇼가 시작된지 30여분이 지나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앞좌석 가운데 자리에 앉기 위해 이미 공연을 즐기고 있는 옆 관객들을 헤치고 자기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관객들도 볼 수 있었다. 주류사회 공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문을 밖에서 닫아버리기 때문에 아예 불가능하다. 물론 공연에 늦을 수밖에 없었던 개개인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개별 관객들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만 넘기기엔 한인 관객 전체의 수준을 끌어내리는 일이다. 늦었다고 단순히 죄송할 일이 아니다. 한인 커뮤니티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인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보팅 파워를 보여주기 위해 투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커뮤니티 자체 요구 사항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도 말한다. 이리 저리 흩어져 있는 커뮤니티내 여러 단체들이 합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다 필요하지만 커뮤니티 자원봉사 활동 참여와 같은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아량과 삶에 대한 여유 있는 자세 하나에 커뮤니티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다. 공연 시각을 제대로 지키는 일도 마찬가지다. 작은 일 하나하나가 한인 커뮤니티를 달라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 작은 차이가 모여 큰 차이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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