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 어디로 향하는지 어떤 결정도, 별다른 고민도 없다. 그저 떠내려가면서 앞길을 막는 장애물들을 스쳐 지날 뿐이다. 그러다 갑자기 들리는 굉음에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아뿔싸, 거대한 폭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신을 차려보지만 강변으로 뱃길을 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뒤늦은 후회가 엄습하지만 중력의 법칙은 거스를 수 없는 법. 천길 폭포 밑으로 추락하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 막바지에서 ‘나이아가라 증후군’으로 불리는 회한을 맛본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깊이 고민하기보다 “좀 더 시간이 있으니까”하면서 그 고민을 미루다 보니 어느새 멀게만 여겨왔던 종착점 ‘나이아가라’에 다다른 것이다.
인간의 수명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도마뱀 꼬리처럼 수명이 늘었다고 그 삶의 질과 의미까지 더해진 아니다. 90년대까지 세계 최장수 노인으로 기록됐던 프랑스의 깔망 할머니에게 생일날 기자가 물었다. “지나온 삶이 어땠습니까” 깔망 할머니의 대답은 “너무 지루했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장수를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쏟고 땀을 흘리지만 별 의미없이 오래 산다는 것은 그저 힘들거나 지루한 일 일뿐인지도 모른다.
길어진 인간의 수명은 삶을 살아가는데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전략을 요구한다. 예전에는 은퇴후의 삶을 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평균수명이 80 전후에 달하는 지금은 달라졌다. 그래서 은퇴후 시기를 ‘제3기 인생’이라 부르기도 하고 40~50대를 은퇴준비가 아닌 “안전벨트를 매고 제2의 성장을 위해 이륙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성장의 본질이 또 다른 경제활동만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남은 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고뇌와 성찰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어영부영 하는 가운데 나이아가라는 어느새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터이니 말이다. 그 고뇌와 성찰의 시간이 바로 ‘인생의 하프타임’이다.
경기를 벌이는 선수들에게 하프타임은 소중한 시간이다. 휴식과 함께 전반전을 복기하고 후반전에 대비한 전략을 세운다. 하프타임을 잘 활용한 선수들은 후반전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밥 버포드목사의 책을 통해 널리 회자되기 시작한 ‘인생의 하프타임’은 의미있는 삶으로 전환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전기가 된다.
신문에 실린 주님의 교회 신승훈 목사 인터뷰가 눈길을 끈다. 젊어 한때 한달 수입 5만달러에 집만 5채였다는 그는 목회자가 된 지금 월세 아파트에 살지만 그 어느때 보다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프타임 한번 제대로 거친 듯 하다.
하프타임 후 신목사처럼 인생항로를 틀거나 직업까지 바꿀 필요는 없다. 그저 세상과 자기 삶을 바라보는 시선만 살짝 바꿔도 충분하지 않을까. 삶은 동아줄을 타고 위로 오르는 것과 같다. 군데군데 매듭이 없다면 그 여정은 얼마나 힘들까. 어느 순간 밑으로 미끄러져 내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끝까지 그냥 질주만 할 것인가 아니면 잠깐 삶의 매듭을 잡을 것인가. 그것은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인생의 경기장에서는 우리 스스로가 선수이자 감독이고 심판이다. 자신 외에는 휘슬을 불어 줄 사람이 없다. 자 이제 휘슬을 불 시간이다. 전반전이 끝났다.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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