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 탄생과 관련된 다자인은 좀처럼 볼 수 없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문구도 그렇다. 그 대신 계절의 인사를 전하는 문구가 들어 있다. ‘행복한 12월이 되세요’(Happy December) 등.
영국에서 판매되는 성탄 카드 100장 중 99장이 이런 형태라고 한다. 마구간 위로 천사들이 나팔을 불고 아기 예수가 구유에 누워 있는 모습. 이런 것은 거의 볼 수 없다. 남은 것은 성탄과는 상관없는 농담이나 유머뿐이다.
크리스마스가 사라졌다. 크리스마스카드에서도. 영국의 유명 브랜드 성탄카드 5,500장을 조사했더니 그 중 예수 탄생과 관련된 디자인이 든 것은 고작 70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한탄이다.
‘크리스마스가 사라졌다’-. 그 한탄은 미국에서도 이어져 왔다. 벌써 몇 년째인가. 12월만 되면 전쟁이 벌어진 게. 이름 하여 크리스마스 전쟁이다. 그 전쟁이 10년도 넘게 이어져 왔으니.
정치와 종교는 모름지기 분리되어야 한다. 항상 이 원칙을 들이댄다. 그리고 뒤따른 게 소송이었다. 말하자면 예수 그리스도에서 그리스도는 빼라는 것이다. ‘공공’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서는 그래서 그리스도는 사라져야 했다. 그 작업이 간단없이 이루어져 왔던 것.
그 결과 크리스마스가 사라졌다. 아기 예수는 물론이다. 산타클로스도 노. ‘메리 크리스마스’도 안 되고 ‘해피 할러데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크리스마스트리라니, 그도 안 될 말이다. 할러데이 트리라고 해야 한다. 연말 시즌이면 미국의 백화점가가 지켜야 할 불문율이었다.
크리스마스는 그러면 영원히 사라진 것인가. 아니다. 반격이 시작됐다. 소송에는 소송으로, 그리고 불매운동에는 역 불매운동으로. 그 대반격에 힘입어 크리스마스가 마침내 되돌아오고 있다.
‘메이시’ ‘월마트’ ‘타겟’ 등 전국적인 백화점 체인 매장에 크리스마스란 말이 다시 등장했다. 고객들에게 해피 ‘할러데이’ 대신 ‘메리 크리스마스’란 인사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샤핑 몰에만 크리스마스가 되돌아온 게 아니다. 할리웃에도 돌아왔다. 아기 예수 탄생을 다룬 영화가 대박을 터뜨렸다. 드라마로서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신학적 메시지도 여간 단단한 게 아니다. 할리웃이 신앙이란 주제에 눈을 돌린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공공’이란 이름이 붙여진 장소에도 되돌아왔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마구간을 재현한 모형을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는 시, 카운티 정부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돌아왔다. 무엇을 의미하나. 미국이 문화적 정체성을 되찾고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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