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식생활과 교육, 삶에 대하여 잘 성찰하신 분은 타계하신 이규태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었습니다. 그 분에 따르면 독일인은 대식가요, 프랑스인은 미식가요, 영국인과 미국인은 실속가요, 한국인은 잡식가라고 분류합니다. 식생활과 교육의 형태를 연관하고 삶까지 연관시킨 것이 참 흥미롭습니다.
독일인은 엄청 큰 소시지 하나를 먹습니다. 지식도 대량으로 축적시킵니다. 프랑스인은 식사를 까다롭게 주문하고, 까다롭게 식사하고, 까다롭게 맛을 즐기는 것처럼, 지식도 생각한 뒤 토론하고, 취사선택합니다. 영국인과 미국인들은 영양에 주의를 기울이고, 전체부터 시작하여 후식에 이르기까지 질서정연하게 실속을 차리듯이 섭취합니다. 또 충분한 대화를 통하여 몸과 정신에 골고루 영양분이 돌아가도록 합니다. 교육도 취사선택해서 적정량의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시킵니다.
한국은 특이한 식생활과 교육을 갖고 있습니다. 한 밥상에 갈비, 생선구이, 해산물, 국을 다 차려놓고 한 번에 다 먹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잡식성’입니다. 교육도 국어, 산수, 역사, 체육, 미술, 음악까지 다 잘해야 우등생이 되고 산수에 천재라 할지라도 미술을 못하면 일등이 안 되
는 교육을 실시하여 왔습니다. 그 결과 학교에서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일등인데, 사회에서는 무엇 하나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국인의 ‘잡식성’ 식사의 형태는 문화나 삶에도 직결이 됩니다. 아침에는 국하고 밥 먹고, 점심에는 중식으로 자장면 먹고, 저녁에는 스테이크 썰어먹는 잡식성의 식사 습관은 모든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잡식성 문화와 삶을 만들어 왔습니다.
저는 한국인의 ‘잡식성’이야말로 21세기형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 인재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지리적인 공간과 시간적인 공간이 하나가 되어버린 21세기는 다민족, 다중 언어, 다중 문화 속에 살아가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잡식성’은 필요합니다. LA에는 모든 민족의 식당이 하나건너씩 있습니다. 뉴욕만 가도 범세계적인 문화의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오지에도 셀 폰과 위성 TV 수신 장치가 추장의 허물어 질 것 같은 집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한국인의 ‘잡식성’은 이 시대 최고의 유형입니다. 어디를 가도 잘 적응하고, 어떤 음식이라도 잘 소화하고, 어떤 문화에도 잘 순응케 하는 이 ‘잡식성’으로 인해 한민족은 이 시대에 가장 많은 선교사를 세계 각국에 파송하게 됐습니다. 한국인이라는 고유성 위에 다민족, 다중 언어, 다중 문화를 함께 포용할 수 있는 한국인 이야말로 21세기를 위하여 준비된 민족이라고 자부합니다. 오늘도 에셀 나무를 심으며…
글 : 호성기 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 목사
삽화 : 오지연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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