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 ‘정글’ ML 스프링캠프
메이저리그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부분 팀들이 지난 주말 각자 스프링캠프를 오픈, 투·포수들을 소집한 데 이어 이번 주말까지는 포지션 플레이어들도 합세해 본격적으로 페넌트레이스를 향한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스프링 시범경기들은 3월초부터 시작되고 한 달간의 시범경기 기간 동안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을 거친 뒤 살아남은 선수들은 4월초 대망의 오프닝데이를 기쁨과 설렘으로 맞게 된다.
특히 이번 스프링캠프는 한인 빅리거들에게는 그 어느 해보다도 중요한 시간이 될 전망이다. 로스터에 들지못한 초청선수 자격으로 캠프에 임하는 선수들을 포함, 빅리그 스프링캠프에 들어가는 한인선수는 맏형 박찬호(뉴욕 메츠)를 비롯, 서재응, 최희섭, 유제국(이상 탬파베이 데블레이스),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김선우(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백차승(시애틀 매리너스) 등 8명. 하지만 이들이 각자 팀에서 처한 상황은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6명의 투수중에서 선발자리가 거의 확실한 선수는 서재응 정도며 최희섭과 추신수, 김선우, 백차승, 유제국 등은 개막 엔트리 진입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찬호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메츠 수뇌부에 각인시켜야 한다. 얼마전 그가 체결한 계약은 기본연봉이 60만달러에 불과하고 투구이닝 수에 따른 퍼포먼스 보너스가 개런티의 최고 3배에 달하는 240만달러까지 붙어있다. 무조건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하는 데 이는 단지 올 시즌의 보너스를 다 받기 위해서 뿐 아니라 다음 계약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선발투수로서 보직을 반드시 따내야 하고, 둘째는 가능한 선발로테이션의 앞쪽자리를 꿰어차야 한다. 5선발로서는 결코 200이닝을 넘길 수 없으며 4선발도 힘들다. 최소한 3선발 앞쪽을 노려야 한다. 메츠의 선발후보들이 탐 글래빈과 올랜도 허난데스를 빼고는 다소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가능한 목표이긴 하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안심하긴 어렵다.
서재응은 팀내 3선발 급으로 거론되고 있어 큰 이변이 없는 한 데블레이스 선발진의 한 축을 이룰 것이 확실시된다. 김병현의 경우도 이미 검증된 선수인데다 유독 홈구장 쿠어스필드에서 강한 면을 보여와 4 또는 5선발로 살아남을 확률이 높지만 선발 경쟁구도가 어떻게 짜여지냐에 따라 트레이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머지 선수들의 기상도는 맑음보다 흐림에 더 가깝다. 스플릿계약을 한 최희섭의 경우는 스프링캠프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지 못한다면 마이너에서 시즌을 시작할 각오를 해야한다. 왼손타자라는 이점을 최대한 살려야만 대타요원으로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유제국과 김선우, 백차승 등은 5선발 자리를 놓고 최소 7∼8대 1의 험난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가장 흥미로운 케이스는 추신수. 이번에야말로 풀타임 스타터가 되려고 이를 악물고 나섰지만 인디언스가 오프시즌에 추신수처럼 왼손타자인데다 포지션도 똑같은 베테랑 트랏 닉슨과 계약하면서 앞날이 험난해졌다. 팀내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추신수지만 개런티 300만달러를 주고 데려온 닉슨의 자리를 빼앗기는 힘들 것이다. 도저히 추신수를 뺄 수 없다는 말이 나오게 해야만 개막 엔트리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스프링캠프는 한인 빅리거들에게 약육강식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뼈저리게 느껴질 서바이벌 테스트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김동우 <스포츠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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