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클래식에서 스스로 부과한 2벌타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프로생활 11년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마크 윌슨(뒤쪽)이 큰 실수를 범한 캐디 크리스 존스와 포옹하고 있다.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혼다클래식 챔프 윌슨의 값진 승리…
10년 동안 Q스쿨 헤맸어도 끝까지 양심 지킨 훈훈한 스토리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수시로 터져 나오는 스테로이드와 성장 호르몬 등 경기력 향상용 약물파동은 물론 각종 변칙과 비열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현대 스포츠계에서 좀처럼 들어보기 힘든 감동적인 스토리가 나왔다.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승리에만 모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현 세태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스토리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지난 주말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에서 벌어진 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우승한 마크 윌슨(32). 윌슨은 4명이 나선 플레이오프에서 승리, 프로생활 11년만에 처음으로 PGA투어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1996년 프로로 전향한 뒤 매번 퀄리파잉스쿨의 높은 벽에 막혀 해외투어를 떠돌다가 2003년에야 PGA투어에 발을 디딘 윌슨이 투어 111번째 대회에서 거둔 감격적인 첫 승이었다.
하지만 이 스토리가 감동적인 것은 윌슨이 오랜 어려움을 극복하고 첫 우승을 일궈냈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승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직하고 양심적인 행동과 관대함, 그리고 스포츠맨십이 요즘 세상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신선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대회 2라운드가 벌어진 지난 2일 윌슨은 파3 5번홀(217야드)에서 티샷을 한 뒤 파트너의 샷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순서였던 카밀로 비예가스와 그의 캐디는 윌슨이 티샷을 할 때 어떤 클럽을 썼을 지에 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있던 윌슨의 캐디 크리스 존스가 불쑥 “18도짜리(하이브리드클럽)였어”라고 내뱉고 말았다. 그것은 경기도중 선수나 캐디는 다른 선수에게 조언을 하면 안된다는 골프룰 8-1조를 위반한 것이지만 워낙 흔하게 있는 일이어서 별 생각없이 말을 한 것. 하지만 윌슨은 그 홀을 마친 뒤 곧바로 심판관을 불러 상황을 신고했고 심판관은 단순히 어떤 클럽을 사용했다고 말하는 것도 룰 위반인지 고심했으나 결국은 위반판정을 내려 그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자기의 엄청난 실수를 깨달은 존스는 밀려오는 자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했으나 윌슨은 자신에게 엄청난 상처를 입힌 그를 오히려 포옹하며 괜찮다고 위로했다. 존스는 라운드를 마친 뒤 어쩌면 자신의 실수로 윌슨이 생애 첫 승을 거둘 일생일대의 기회를 날렸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감정을 참지 못하고 울먹였으나 정작 윌슨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었다. 평생의 고생을 단 한 번에 씻어낼 찬스에서 찾아온 뿌리치기 어려운 강렬한 유혹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양심을 팔기를 거부했다.
그 다음 스토리는 이미 알려진 대로다. 윌슨은 스스로 부과한 2벌타 때문에 그냥 우승할 기회를 놓치고 플레이오프로 갔으나 여기서 승리, 끝내 첫 승을 따냈다. 이 승리로 인해 지난 10년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계속 나가야했던 Q스쿨도 최소한 오는 2009년까지 면제받게 됐다. 그가 우승한 덕에 우승상금의 10% 보너스(9만9,000달러)까지 받게 된 캐디 존스는 “대부분 선수들은 그 상황에서 자신에게 스스로 벌타를 부과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 커리어 최악의 실수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내 보스는 나를 용서하고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하늘에서 우리를 도와준 것 같다”고 감격했다. 대회 후 이런 사실을 알아낸 취재진들이 질문할 때까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드러내지 않았던 윌슨은 “만약 내가 벌타를 부과하지 않고 그냥 우승했다면 트로피를 볼 때마다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봤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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