곗돈 탈 사람에겐 “다음주 목요일에…” 따돌리고
다른 계원들 곗돈은 ‘이전 토요일에’ 받아내 잠적
유진마켓 김효선 사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지난달 24일 유진마켓 전격폐쇄로 불거진 김 사장의 수백만달러 상당 낙찰계 및 사채 부도 파동이 열흘을 넘겼다. 그러나 그의 종적은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지금도 해결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기대섞인 동정론이 나왔으나, 날을 거듭할수록 그의 도주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의 도주설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왔다.
계원 C씨 등의 증언을 종합하면 김효선 사장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낙찰계 부도를 예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김 사장에 대한 동정론자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그는 한편으로는 계문제와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척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최종적 부도에 대비해 법적 절차를 밟으면서 종적을 감춘 것으로 보인다. 증언에 따른 김 사장 및 주변인들의 행적은 이렇다.
3년1개월동안 곗돈을 꼬박꼬박 부었던 C씨는 지난달 10일(토) 자신이 곗돈을 탈 차례가 다가오자 하루이틀 전에 김효선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곗돈 탈 차례임을 상기시켜주기 위한 전화였다. 김 사장이 계주로 있는 계는 대개 토요일마다 곗돈을 주고받아왔다. 김 사장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다음주 목요일(2월8일)에 오라”고 했다. C씨는 곗돈을 미처 다 걷지 못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렸다. 약속날짜보다 하루 앞서 2월7일 C씨는 혹시나 해서 유진마켓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없었다. 종업원은 대답은 “사장님이 오늘 안나오셨다”는 것이었다.
C씨는 이상하다싶어 김 사장의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김 사장의 남편은 “한국으로 갔는데 아직 안왔다”며 “연락해서 와서 해결해주겠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런 뒤 24일인가 25일 유진마켓 폐쇄소문을 들었다. C씨는 나중에 “(C씨가 곗돈을 받기로 돼 있던) 10일날 (김 사장이) 다른 계원들로부터 곗돈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이는 김 사장이 곗돈을 탈 차례가 된 C씨에게는 다음주 목요일에 오라고 시간을 벌어놓고 곗돈을 내야 하는 다른 계원들로부터는 곗돈을 받았다는 뜻이다. 김 사장의 ‘시간차 도주’ 혐의가 분명해 보이는 대목이다. 남편은 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 피해자는 “곗돈을 갖다줄 때 김효선 사장이 없어서 남편이 대신 받기도 했다”며 최소한의 공동책임이라도 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 사장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모 인사는 본보에 전화를 걸어 “김 사장은 그런 사람 아니다, 도망친 게 아니라 지금도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등 변호를 하기도 했으나 정작 당장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확실한 답변을 못했다. 또다른 인사는 김 사장에 얽힌 지엽적 일화를 들며 “나쁜 사람이 아니다”고 옹호하다 “의도와 관계없이 수백만달러의 피해를 내고 수십명이 피해를 입었는데 선의든 악의든 그 엄청난 결과에 대해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건 그렇지만”이라고 말꼬리를 돌리기도 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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